‘하니야 암살’ 격노한 바이든, 네타냐후 향해 “헛소리 말라”
이란 “호텔 밖 발사체로 테러”…폭탄 내부 설치설 부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사건을 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하게 대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암살이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며 “헛소리 좀 하지 말라”는 직설적 표현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 측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네타냐후는 하니야 암살과 휴전 협상에 관한 접근을 둘러싸고 바이든과 맞붙고 있다”고 전했다. 하니야가 이란에서 살해된 다음날인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로 “격한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니야 암살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 고위 관계자는 “네타냐후는 하니야 암살이 며칠간 협상 진전을 방해하리란 건 인정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마스에 더 큰 압력을 가해 협상 마무리를 앞당길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협상이 마지막 단계로 가려던 때에 일어났다”며 “이란에서 암살을 벌이면 그간 피하려고 애써왔던 광범위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Stop bullshitting me)는 격한 표현을 했다고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 대통령을 쉽게 보지 말라”(Don’t take the president for granted)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조건 없이 군사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민간인 보호 문제 등을 놓고 지난 수개월 동안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그동안 미국은 국제사회 비난에도 우방인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지속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세 차례나 반대했다.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과 인질 교환에 나서야 한다고 종용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도덕성 평가는 안팎으로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지상전 강행, ‘두 국가 해법’ 거부, 정착촌 확장 등 행보로 미국 기대에 어긋났다. 하니야 암살 작전도 미국과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 며칠 전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났음에도 알리지 않은 것이다. NYT는 “미국으로선 네타냐후가 휴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하니야 암살 방식을 두고 엇갈린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테러는 (하니야가 머문) 거처 외부에서 탄두 약 7㎏을 실은 단거리 발사체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에 설치된 폭탄이 원격 조정으로 폭발했으며, IRGC 대원들이 폭탄 설치 과정에 포섭됐다는 서방 언론 보도와는 다르다. 이란이 경호 실패 당혹감을 숨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마스는 후임 선출 논의를 시작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 4일 애도기간이 끝나면 지도부 의견 수렴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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