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몸속 환경호르몬, 어디서 왔니?
제한적 화장품·식료품 통해
일상서 체내 흡수 경로 추적
밀키트 식사·슬라임 놀이 등
문제 원인 알아낸 참가자들
“정부, 성분 규제하고 알려야”
40대 직장인 노지애씨가 환경호르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첫째 변성우군을 낳고 나서였다. 아들의 볼을 빨갛게 물들인 아토피는 목과 무릎까지 번졌고, 진물이 심해져 걷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 아이는 간지러움에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한다.
지난 4월 소변 분석 결과 성우군의 몸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환경성 페놀이 검출됐다. 동생 성현·성민군의 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성 페놀은 내분비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씨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밀키트를 자주 이용하는데, 이것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주간 집에서 요리해 먹자 수치는 정상화됐다. 성우군도 “두드러기가 줄었다”고 말했다.
노씨 가족을 포함한 49가구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주최한 ‘환경호르몬 프리(FREE) 가족캠프’에 참가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루트로 체내에 환경호르몬이 흡수되는지 추적하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3일간 화장품과 식품을 제한한 뒤 첫째 날과 마지막 날 소변을 제출했다. 화장품은 향료와 보존제가 없는 제품으로 선별됐고, 식자재도 환경호르몬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채소 위주로 구성됐다.
연구소가 추적하는 물질은 프탈레이트 대사체 11종, 과불화화합물 17종 등 환경호르몬 52종이다. 알레르기와 우울증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심하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아토피와 비염 등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병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번 캠프에선 지난 4월 진행된 바이오 모니터링 주간의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를 진행한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센터장은 “식사와 생활 환경을 제한하니 보존제로 사용되는 에틸파라벤이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면서 “손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도 파라벤과 프탈레이트 성분 감소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선 좀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소는 캠프 기간 채취한 소변 시료 분석 결과와 함께 바이오 모니터링 연구결과를 오는 10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캠프에 참가한 김희겸씨(46)는 바이오 모니터링으로 일상생활에서 환경호르몬 섭취를 유발하는 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 리현양은 1차 검사에서 방부제로 쓰이는 메틸파라벤이 3426㎍/g 검출됐으나, 2차 검사에선 19㎍/g으로 감소했다. 김씨는 “(2차에서 변한 건) 슬라임을 못 갖고 놀게 한 게 전부였다”면서 “모니터링 참가로 문제 원인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학회사를 다녔다는 김씨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도 보이듯이 회사가 나서서 화학 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면서 “시민사회나 정부에서 규제를 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 화학 제품에 환경호르몬이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그런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유해물질을 퇴치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면서 “바이오 모니터링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호르몬 문제를 시민 의제로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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