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트랙 전략’ 엔씨 “잘하던 것 잘하고, 새로운 것 더 잘하자”

신뢰 회복·체질 개선 ‘부진 탈출 승부수’
스웨덴 게임社 ‘문 로버…’에 전격 투자
MMORPG 아닌 FPS 신작 개발 나서
글로벌 트렌드 반영 장르 다양화 의도
리니지·아이온 등 탄탄한 기존 IP 활용
자체 개발 통한 신규 IP 발굴에도 힘써
2024년 신작게임 일정 연기 없이 출시 호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호황과 급락을 경험했던 한국 게임업계가 2024년 새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지식재산(IP)을 요구하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작이 나오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도전도 어느 때보다 많은 것. 특히 엔씨소프트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정체된 성장세를 반등세로 바뀌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회사는 우선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로 탈바꿈했다. 이후 중단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 엔씨소프트의 신뢰 회복과 체질 개선을 위한 약속들이 하나씩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엔씨소프트가 아마존게임즈와 손잡고 9월17일 글로벌출시하는 쓰론앤리버티(TL). 엔씨소프트 제공

◆‘투자’와 ‘경쟁력’ 두 마리 토끼 잡는 엔씨

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0일 스웨덴에 있는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대한 전략적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문 로버 게임즈는 협동 1인칭 슈팅게임(FPS) 장르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문 로버 게임즈는 향후 추가 투자와 신작의 퍼블리싱 권한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명가였던 엔씨소프트가 FPS 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장르를 다양화하고자 하는 엔씨소프트의 선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최근 롤프레잉게임(RPG)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게임 장르 다양화를 통한 신규 유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RPG 분야에선 세계적인 개발력과 입지를 구축했지만 슈팅게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문 로버와의 신작뿐만 아니라 내년 출시를 목표로 3인칭 슈팅게임(TPS) ‘LLL’ 등 슈팅게임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는 본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8월 중 국내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및 판권 투자, 동남아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 플랫폼으로서 퍼플의 성장 동력 확보 계획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조직도 변화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QA(품질보증) 서비스 사업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 등을 물적 분할해 ‘엔씨큐에이(NC QA)’, ‘엔씨아이디에스(NC IDS)’를 10월 설립한다. 본사에 집중된 우수 인력과 기술력을 독립된 법인으로 나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리니지에 신규IP까지, 투트랙 전략 승부수

엔씨소프트 변화 시도 중 신규 IP와 기존 IP를 활용한 투트랙 전략이 가장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탈리니지’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엔씨소프트는 외부 퍼블리싱 판권 확보와 자체 개발을 통한 신규 IP 발굴에 힘쓰는 한편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탄탄한 IP를 활용한 신작도 함께 준비 중이다. ‘잘하던 것을 잘하고, 새로운 것은 더 잘하자’는 게 현재 엔씨소프트의 게임 개발 전략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IP 기반으로 추정되는 신작 ‘군주의 여정’ 상표권을 출원했다. 블레이드&소울의 IP를 계승한 ‘호연’은 오는 28일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고, 블레이드&소울2는 중국에서, 리니지2M은 동남아시아로 연내 출격한다. 여기에 2025년 최고의 기대작 아이온2 출시까지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이 대거 준비 중이다.

지난 6월27일 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배틀크러쉬는 엔씨소프트가 도전한 새로운 장르다. 엔씨소프트의 첫 콘솔 게임인 배틀크러쉬는 한국과 북미, 유럽, 아시아, 동남아 등 100개국에서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밖에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 게임들이 일정 연기 없이 출시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게임 개발 기간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에 약속한 기간 내 반드시 개발이 완료되도록 총력적인 회사의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며 “새로운 게임, 새로운 장르로 신뢰를 회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TL과 블소2, 글로벌 겨냥 신작 출격 준비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본격적인 해외공략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퍼블리셔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9월 17일 쓰론앤리버티(TL)를 세계 무대에 올린다. 서비스 지역은 북남미,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고 플랫폼도 스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등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국내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TL은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오픈베타테스트(OBT)에서 첫날 스팀 최고동시접속자 6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콘텐츠와 안정적인 서비스에 대한 긍정 평가를 받았다. 이후 테스트 대부분의 기간 피크 타임 기준 3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해 정식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콘솔 이용자 수는 포함되지 않아 더욱 많은 글로벌 이용자가 TL을 플레이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판호를 받은 블레이드&소울2는 텐센트와 함께 현지화 작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블레이드&소울2는 △던전 플레이 중심의 플레이어 대 환경(PvE) 콘텐츠 △PC와 모바일 지원을 통한 전투 액션 강화 △그래픽 최적화 △캐릭터 꾸밈 요소 추가 등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동남아 게임 퍼블리셔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리니지2M을 시작으로 해당 지역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