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법 반대’ 기재부, 내수 살릴 대책 안 내놔
세수 펑크 속 재원 부담 강조
‘물가 자극’도 근거로 내세워
2분기 내수 지표 줄줄이 악화
하반기 반등도 장담 어려워
“취약층 추가 재정 지원 필요”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을 예산 확보가 어렵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실적은 좋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자 지원과 같은 그간의 소극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4일 주문했다.
기재부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규모 재원을 조달하려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기재부는 강조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할 경우 12조819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법인세 급감 여파로 올해도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5월 기준 74조4000억원 적자다. 2020년(-77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적자국채 발행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점도 반대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으로 2%대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동성을 늘리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전 국민 지원이 아니더라도 내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부로서도 추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장담할 수 없다. 이미 2분기 내수 지표들은 꺾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수출은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성장했지만,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2% 증가했지만,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은 4월(-1.9%)과 5월(-1.9%)에 이어 0.2% 뒷걸음질 쳤다. 분기로 보면 2분기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9% 낮아져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소비 여건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하반기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점은 소비에는 긍정적이지만 건설·설비 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고,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등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선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이자 지원 등에 그쳐 효과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에 집중한 선별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은 소비 성향이 큰 만큼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아동수당 등 기존 복지체계를 통해 취약계층에 추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계층에 대해서는 지역상품권 캐시백 한도를 높이는 등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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