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제각각’ Z세대 궁사들, 공통점은 ‘노력 또 노력’
낙천적이고 꼼꼼한 임시현
“저희도 일요일은 쉬어요”
침착하게 훈련한 남수현
“고생했단 말에 눈물 터져”
양창훈 감독 , 기본기 자부
“엄청난 연습 더해진 결과”
임시현(21)은 지난 3일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로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와 혼성단체전 2연패를 이끈 뒤 개인전 4연패까지 완성시켰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은 스스로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며 시상식에서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했다.
2003년생, 임시현은 이제 갓 스물을 넘겼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은 “시현이는 좀 엉뚱하기도 한데 예민한 게 없다. 영어로 하면 ‘Nothing to Lose’, 잃을 게 없다는 스타일이다. 뭐라고 해도 ‘괜찮아요’, 뭘 잃어버려도 ‘괜찮아요’ 한다. 성격 자체가 낙천적인데 그 와중에 꼼꼼하다. 3관왕 자격이 있다”고 했다.
임시현은 남수현(19)과의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끼리 대결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결승전에 들어가기 전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즐겁게 해보자고 주먹 ‘맞다이’ 하고 갔다”며 까르르 웃었다. ‘승부처에서는 확 피치를 올리는 것 같은 데 반해 앞서는 상황에선 빗나갈 때도 있더라’고 하자 “너무 여유로웠나?”라고 혼잣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남수현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양 감독은 “남수현은 싹 바꿨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장비, 자세, 핑거탭 같은 사소한 것까지도 전부 바꿨다. 선발전까지만 되는 실력이지, 올림픽 메달은 이걸론 안 된다고 다 바꾸게 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임시현이 대범하다면 남수현은 침착해 보인다. 남수현은 “국가대표 되고 나서 (단체전) 10연패 목표를 달성해야 하다 보니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바꾸려고 했다. 감독님께서 원래는 중학생 자세였는데 지금은 실업팀 자세로 바뀌었다고 하셨다. 이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수현은 결승전을 마친 직후 양 감독이 뭔가 이야기하며 안아주자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남수현은 “참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고생했다, 자랑스럽다’고 해주신 그 한마디에 터져버렸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 영원히 속 시원한 답을 알아내긴 어려울 것 같은 이 미스터리 뒤에는 타고난 재능과 환경, 그리고 선수들의 노력이 있다. 한국 국가대표 되기가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뽑히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렵다. 열심히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거기에 플러스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한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400~500발을 쏘는데, 어떤 때는 밤 8~9시에 나가 보면 시키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이 활을 쏘고 들어온다. 그럼 하루 600발까지도 쏜다. 꾸준히 그렇게 해왔던 거고 기초가 탄탄하니 위기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금·은 메달리스트에게 ‘가장 최근 활을 한 개도 쏘지 않은 날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시현은 “저희도 일요일은 쉰다”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며 “그런데 (남)수현이는 정말 훈련량이 많다”고 했다. 남수현은 “저는 올림픽 준비하면서 제대로 쉰 날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로 다른 개성의 Z세대 궁사 둘은 한국 양궁의 역사를 또 새로 썼다.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붙은 것은 이번이 5번째였다. 2003년생 임시현과 2005년생 남수현이 나란히 따낸 금메달과 은메달은 그동안 연속 우승을 해오던 와중에도 여자 양궁이 더 강해졌다는 증표다.
올림픽에서 거의 매회 얼굴이 바뀌었지만 단체전은 10연패, 개인전은 11번 중 10번 우승한 것이 한국 여자 양궁의 무서운 힘이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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