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8년 만에 ‘금’ 명중…‘이유 있는 부활’

금메달 3인방 사격대표 양지인 선수(가운데)가 3일 프랑스 샤토루 CNTS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25ｍ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오예진(왼쪽)·반효진 선수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있다. 샤토루 | 성동훈 기자

도쿄에선 은메달 1개 그쳐
이번 대회서 벌써 금 3·은 2

대표팀 선발전 방식 바꾸고
국제대회서 실전 감각 유지

2024 파리 올림픽의 금빛 선전에 총(사격)·칼(펜싱)·활(양궁)을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사이 세 종목에서만 금메달 9개가 쏟아지면서 개막 전 한국 선수단의 목표(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를 초과 달성했다.

금맥이 끊겼던 사격의 반등이 큰 힘이었다. 사격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한국 사격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간판스타 진종오(금메달 4개·은메달 2개)의 은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오랜 기간 사격을 후원했던 한화까지 지난해 손을 떼면서 파리 올림픽 성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지만 사격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면서 역대 최고 성적인 2012 런던 올림픽과 동률을 이뤘다. 남은 경기에서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사격 전문가들은 3년 만에 달라진 비결을 체질 개선에서 찾는다. 대한사격연맹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에게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겼다. 현재는 실무 부회장으로 보직을 옮긴 그는 결선에 강한 선수를 국가대표로 뽑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2016 리우 대회부터 사격은 결선에서 낮은 점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대표팀 선발전은 여전히 고득점 순으로 선수를 뽑았고 도쿄 올림픽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판단이었다.

그 차이는 메달 숫자로 드러났다. 도쿄 올림픽과 파리 올림픽 모두 결선에 오른 종목은 6개로 동일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은메달 1개, 파리 올림픽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결과가 확 달라졌다. 김태호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은 “결국 금메달을 결정짓는 것은 결선의 급사다. 우리 선수들의 장기”라며 양지인(21·한국체대)의 선전을 자신했는데, 하루 뒤인 3일 결선에서 사격의 3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도쿄 올림픽의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도 빠지지 않았다. 당시 우리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대한사격연맹은 이번 대회 국가대표 선발을 4월 초에 마친 뒤 최소 세 차례 이상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험을 갖고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했다. 올림픽 개막 2주일 전부터 현지 사격장을 계약해 훈련을 시작한 것도 선전의 이유였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사실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겠지만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뽑고, 잘할 수 있도록 돕다보니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샤토루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