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포효, 5일 한 번 더!
28년 만에 결승 진출 쾌거
“상대가 누구든 내 것 준비”
올림픽 금메달의 꿈, 이제 마지막 1승이 남았다. 안세영(21)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확보했다.
안세영은 4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2-1(11-21 21-13 21-16)로 꺾었다.
안세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배드민턴 단식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올라간 것도 방수현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 남녀 단식을 통틀어서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딴 손승모 이후 20년 만이다.
안세영이 이날 만난 툰중은 세계랭킹 8위다. 상대전적에서 7번 만나 모두 이겼던 상대지만, 11-21로 첫 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2게임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툰중의 범실을 유도해 점수 차를 벌렸고 20-13으로 게임포인트를 만든 뒤 스매싱을 내리꽂아 게임스코어를 1-1로 돌려놨다.
3게임도 안세영의 페이스였다. 툰중보다 네 살 어린 ‘왕체력’ 안세영은 공격을 잘 받아내면서 12-3까지 달아났다. 툰중의 서브 아웃으로 매치포인트가 된 뒤 안세영은 내리 3점을 내줬지만 마지막 스매싱으로 1점을 가져가 승리했다.
8전8승. 경기가 끝난 뒤 안세영은 툰중을 꽉 끌어안았고 같이 관중의 박수를 유도해 큰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안세영은 “긴장을 해서 1게임에 자꾸 그런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더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며 툰중을 끌어안은 데 대해서는 “나보다 언니지만 주니어 때부터 봐서 인도네시아 가면 밥도 사주고 한다. 정이 많다. 인도네시아 선수 중 혼자 남아서 부담이 컸을 테고, 진 마음을 제가 아니까”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결승 진출 역사를 먼저 쓴 안세영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우승을) 하고 싶고 욕심이 많이 난다. 금메달 따고 세리머니를 하는 상상도 매일 한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잠시 접어두고 내일(결승전)에만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금메달로 가는 길은 예상과 조금 달라졌다. 세계랭킹 2위이자 과거 안세영의 천적이었던 천위페이(중국)가 8강에서 탈락했다. 안세영은 8강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4강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세계 4위)의 경기 중 무릎 부상으로 행운을 잡은 허빙자오(중국·세계 9위)와 5일 금메달을 다툰다.
안세영은 “천위페이가 없다고 나한테 금메달이 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붙어보고는 싶었다. 멋있는 그림이 됐을 텐데 아쉽기는 하다. 누가 올라와도 내 것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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