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5% “불공정”…‘갈등’ 쌓이는 한국

최서은 기자 2024. 8. 4. 2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사연, 사회통합 실태 보고서
90% 이상 “정치 갈등 가장 심각”
청년 절반이 “차별받고 있다”

성인 3명 중 2명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갈등도는 상승하고, 통합 수준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 이상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절반 이상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사회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정치 성향에 따라 소통의 단절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 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민 65.1%는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다’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34.9%에 그쳤다. 보사연은 2014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실시하는데, 지난해에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했다.

영역별로 국민들은 사법·행정 시스템(56.7%), 기업 성과 평가 및 승진 심사(57.4%), 신입사원 채용(43.4%), 대학입시(27.4%) 등 순으로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사회적 불공정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7.8%)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의 미비’(15.0%),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13.0%),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사회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사회 통합도는 낮아지고 갈등도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통합도는 10점 만점에 4.2점으로 2021년 4.59점에서 0.39점 하락했다. 사회갈등도는 2018년 2.88점에서 지난해 2.93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중장년이, 소득분위별로는 1분위(소득 하위 20%)가, 지역별로는 농어촌 거주자가 사회갈등 심각도가 높았다. 사회갈등에 대해 청년과 중장년층은 미래 삶의 불확실성 심화와 계층 간 사회이동성 단절을 주된 원인으로 봤다. 노년층은 미래 삶의 불확실성 심화와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 부족을 더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절반 이상은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결혼도 안 할 것”

보고서는 “공정성 인식이 사회갈등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할수록 사회갈등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여러 사회갈등 중 진보와 보수 간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보수 갈등은 2018년에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으로 꼽혔는데,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92.3%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의 차이는 교제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8.2%)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사람도 33%다.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보와 보수 정치 성향에 따른 갈등에 이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 갈등(71.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갈등 심각도가 2018년 49.6%에서 지난해 60.9%로 대폭 상승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젠더 갈등 심각도는 52.3%에서 46.6%로 감소했다.

청년(19~34세) 사이에서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에게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장년층 67.9%, 청년층 62.1%, 노년층 59.4%가 사회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청년의 절반에 가까운 46.5%가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38.7%)보다 7.8%포인트 높은 수치다. 청년들은 청년 세대 내에서 젠더 갈등(52.6%), 계층 갈등(55.4%), 정치적 이념 갈등(50.8%)이 심각하다고 봤다. 청년들 86.6%는 청년 대상 정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