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전기차 화재 공포

최원규 논설위원 2024. 8. 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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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소음도 때로는 필요한 경우가 있다. 전기차가 그렇다. 전기차는 무소음이 큰 장점 중 하나지만 보행자가 기척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무소음 공포’가 일자 유럽과 미국은 각각 2019년, 2020년부터 이를 규제 대상에 올렸다. 유럽은 전기차가 시속 20㎞ 미만으로 달릴 때, 미국은 시속 30㎞ 미만일 때 경고음을 내는 장치를 달게 했다. 차 안에 가상 엔진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붙여 인공 소음을 내는 방식이다. 우리도 2020년에 이를 도입했다.

▶올 초 미국에선 전기차 ‘방전 공포’가 일었다. 체감온도 영하 50도 안팎의 북극 한파가 몰아친 시카고 등에서 전기차가 대거 방전된 것이다. 충전소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서고 설상가상 충전기마저 얼어버려 전기차들이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연기관 차도 한파 상황에선 배터리 방전이 잦아지는데 전기차는 배터리 닳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반응까지 느려져 충전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전기차의 더 큰 공포는 화재다. 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는 불은 일반적 방법으론 끄기 힘들어 이동식 수조에 차량을 통째로 담그는 방식을 주로 쓴다. 진압에 통상 2~3시간, 많게는 8시간까지 걸린 경우도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최악이다. 이동식 수조를 쓰기 어렵고, 주차장 입구 높이가 낮아 소방차가 아예 진입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 대구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결국 소방대원들이 들어가 불을 껐다.

▶국내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그러자 아파트 단지마다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아예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출입 금지’ 플래카드를 붙이고 어기면 앞 유리에 경고장을 붙이는 곳도 나왔다. 주민들은 불안하지만 전기차 소유주로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잠재적 방화범이냐”고 토로한다. 갈등이 이어져 아예 입주민 투표를 한 곳도 있었다.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보통 전기차 화재는 충전 중 많이 발생하는데 이 차량은 사흘간 세워둔 상태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원인부터 미스터리여서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 직후 경기도 한 아파트에선 ‘지상에만 전기차 주차’ 건을 놓고 주민 회의가 열렸는데 멱살잡이가 벌어져 결론도 못 냈다고 한다. 이런 문제일수록 역지사지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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