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방문진 이사 교체’만을 위해 이진숙 임명했나

기자 2024. 8. 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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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송부 요청 하루 만인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전격 임명했다. 그 둘의 첫 주요 업무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과, KBS 이사 추천이었다. 대통령은 그 다음날 추천된 KBS 이사를 임명했다. 말 그대로 전격 작전처럼 진행됐다.

이진숙, 김태규 2인만의 의결로 공영방송 이사를 결정하는 게 5인제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취지에 적합하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더군다나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는 방통위가 대통령이 직접 선택 임명한 방통위원들만의 표결로 사장 선임부터 주요 경영 행위에 영향을 미칠 공영방송 이사들을 결정하는 것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다.

임명 당일 의결하는 절차의 신뢰성, 정당성 문제도 있다. 후보자들의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보도에 따르면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UHD 관련 정책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 파악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청문회 준비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후보자 시절에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가능하더라도 UHD 정책 답변 준비보다 지원 서류 검토가 우선이었다는 얘기다. 아니면 임명 당일 83명의 서류를 검토했다는 뜻이다. 김태규 부위원장이야말로 당일 임명된 사람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정만이 아니라 방통위가 다루는 어떤 사안도 주마간산으로 검토해서 결정하면 안 된다. 그렇게 결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방통위원 자격도 없다. 그런데 졸속으로 결정했으니 공영방송 이사는 이미 낙점되어 있었고 방통위는 의결 절차만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6개 야당은 즉각 이진숙 위원장 탄핵을 의결했다. 2인 의결의 문제점,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과 이해관계가 있어 기피 대상이면서 스스로 회피하지 않은 점, 과거 MBC 노조 탄압 등이 사유다. 이전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의 선례로 보면 이진숙 위원장은 사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보겠다고 한다. 헌재 판결에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대통령실의 반응도 비슷하다. 그러면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이나 이상인 부위원장은 헌재가 탄핵을 받아들일 충분한 귀책사유가 있어서 사퇴했다는 뜻인가? 이들은 헌재 판결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당장 사퇴하여 후임이 들어오도록 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처리할 중요한 안건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퇴했을 것이다. 바로 공영방송 이사 임명이다. 김홍일 위원장은 사퇴하기 직전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다. 탄핵이 되면 헌재 결정 시까지 직무가 정지되고 공영방송 이사 임명 절차가 지연될 것이니, 그 전에 사퇴하고 후임이 처리하도록 하자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이상인 부위원장 사퇴가 그런 이유 때문임은 더 명백하다.

방통위의 위원 임명과 사퇴가 오로지 공영방송 이사 교체 목표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이다. 특히 방문진 이사 교체가 목적이다. KBS 이사회는 2023년에 이사 교체에 성공하여 다수를 점한 여권 이사들이 사장도 교체했다. 그 후 비판적 프로그램 폐지, 출연진 교체, ‘윤비어천가’ 방송도 달성했다. 반면 방문진 이사 교체는 실패했고, MBC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게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었고 최우선 해결 과제였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통해 MBC 징계를 의결했다. 방심위의 징계도 비슷하지만 선방위 17건의 징계 결정은 법원이 전부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무리한 징계였다는 의미다. 그러니 방문진 이사 교체, 사장의 신속한 교체가 최대의 관건이라 여겼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공적 기구의 가치는 무너졌다. 오로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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