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NC 이어 한화까지, 정전 사태만 3번…김경문 감독은 웃었다 "내년에 야구장 바뀌니까"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66) 감독이 또 야구장 정전 사태를 겪었다. 정전 이후 경기 흐름이 바뀌며 역전패했지만 너털웃음으로 넘겼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3일 대전 KIA전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갑작스런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조명탑과 전광판이 꺼지고, 구장 내 시설 곳곳의 전원이 전부 나갔다.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설비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했다. 1964년 개장해 올해로 61년째가 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구장 노후화 탓이었다. 오후 6시33분부터 4분간 정전이 됐고, 전력 공급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후 7시11분에야 재개했다. 38분간 경기 중단.
공교롭게도 정전 이후 경기 흐름이 넘어갔다. 2회말 상대 실책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재훈이 선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린 한화. 그러나 38분 중단 이후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3회초 김도영의 2루타로 첫 득점을 낸 KIA는 5회초 김도영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했다.
결국 3-7 역전패한 한화는 7연승이 끊겼다. 정전 때문은 아니었지만 영향이 아예 없었다곤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4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경문 감독은 정전 상황에 대해 “운동장이 내년에 바뀌니까”라며 내년 개장하는 대전 신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를 언급하며 웃은 뒤 “그 정도에서 경기가 마무리된 걸 좋게 생각해야 한다. 좋은 생각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상황이 더 크게 꼬이지 않고 끝난 것에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은 “대구에서 정수빈이 번트를 대는데 경기장이 꺼진 적이 있었다. 또 어디서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라며 과거 감독 시절 정전 사태를 떠올렸다.
두산 사령탑 시절인 지난 2011년 4월1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이 처음이었다. 당시 두산 정수빈이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한 기습 번트를 대고 1루로 뛰는데 갑자기 야구장이 암흑으로 바뀌었다. 정전으로 내외야 6개 조명탑 불이 모두 꺼진 것이다. 12분 뒤 일부 시설이 복구됐으나 3루측 조명이 켜지지 않으면서 다음날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치러졌다. 정수빈의 안타성 번트는 무효 처리됐고, 경기는 두산의 3-2 승리로 끝났다.
NC 감독 시절에도 정전으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이 있었다. 2014년 8월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 5회초 2사 1루 NC 김종호 타석 중 3루 조명탑이 꺼졌다. 구장 전체 정전은 아니었지만 3루 조명탑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다음날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미뤄졌다. 경기는 NC가 3-1로 이겼다.
두산과 NC에 이어 한화에서도 또 정전을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서스펜디드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기를 패하며 7연승이 끝난 게 아쉽지만 김 감독은 “연승을 하면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부담감도 있다. 어제 경기로써 편해진 건 있다. 이제 연패를 안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KIA 좌완 선발 캠 알드레드를 맞아 요나단 페라자(지명타자) 김인환(좌익수) 김태연(우익수) 노시환(3루수) 채은성(1루수) 안치홍(2루수) 하주석(유격수) 이재원(포수) 이원석(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내세웠다. 전날과 거의 비슷한 라인업으로 포수만 최재훈에서 이재원으로 바뀌어 선발투수 하이메 바리아와 배터리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오후 4시35분 폭우로 그라운드가 물바다로 바뀌면서 우천 취소 결정이 났다. 7연승이 끝난 다음날이라 흐름상 하루 쉬어가는 것도 한화에 나쁠 게 없다. 5일 월요일 휴식일까지 이틀을 푹 쉬고 6일부터 대구에서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김 감독은 이날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선수단에 커피와 츄러스를 쐈다. 캔커피에는 ‘선수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잘 이겨냅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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