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스준공영제 20년, 미래지향 전면 재설계 시급하다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스포츠만큼 주목받은 것이 탄소제로 실천이다. 선수촌과 버스에 에어컨도 없다. 선수 중 일부는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실천의 필요성을 실감케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시민들이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승용차 이용을 억제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는 정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2004년 7월 서울에서 시작된 시내버스 준공영제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설치로 도심 차로의 선형까지 바꾸면서 버스의 신속성과 정시성을 향상했다. 노선도 전면 개편했다. 버스를 우대하고 승용차 이용을 불편하게 한 대표적 정책이다.
시민들이 서울 어디서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통합환승할인 시스템을 만들어 세계 어느 대도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버스에 색을 입혀 도시의 심미감도 높였다. 효과는 상당했다. 도봉구 미아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직전인 2004년 6월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11㎞였지만 그해 12월엔 20.3㎞로 빨라졌다. 교통수송 분담률 중 시내버스는 25.6%(2003년)에서 28.1%(2010년)까지 상승했다. 승용차는 26%에서 23.1%(2012년)로 줄었다.
대중교통 이용 증가는 에너지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경유에서 CNG로의 연료 전환도 대기질 개선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모든 버스회사가 전기버스 교체에 가세하면서 탄소배출 절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내버스 매력이 퇴보됐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일에 대한교통학회 주최로 열린 ‘준공영제 2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시내버스 수송 분담률은 20.1%(2022년)까지 추락했다. 대신 승용차는 코로나19(2020~2022년)를 기점으로 27.3~38%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버스업계 현장에서 느끼는 배차간격과 혼잡도 문제도 크다. 서울시는 지난 20년간 10% 이상의 시내버스를 감차했다. 재정 부담을 일부 줄일 수는 있었지만, 감차 부작용으로 배차간격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면 민영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40% 가까이 늘어나는 엇박자 행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버스의 서울 진입이 크게 늘어나 버스전용차로는 혼잡도가 심각해졌다.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젠 리모델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재구조화 수준이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서울시, 버스업계,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기본이다. 이 자리에서 노선 구조를 현재 서울에 적합하도록 재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요금 정책을 합의해 시 재정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경기도 광역버스의 무분별한 증차를 해결하기 위한 환승시스템 개편은 물론 수도권 대중교통망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도 설계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의 대중교통 재정지원 확대 방안도 요구해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서울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탄소제로 실현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대중교통 우선 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준석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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