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규모 통신조회, 전방위 사찰”... 검찰 “악의적 왜곡” 반박
檢 “가입자 정보 조회... 통화기록 본 것 아니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추미애 의원 및 다수의 언론인을 상대로 ‘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검찰을 향해 “전방위 사찰”이라고 4일 비판했다. 검찰도 이날 입장을 내고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통신영장을 집행하여 분석을 실시한 것을 두고 ‘통신사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가입자 조회’는 검찰이 수사 도중 확보한 피의자 및 핵심 참고인의 통화기록에 등장하는 전화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로, 조회 대상자의 통화기록을 별도로 조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野 “검찰, 수천명 통화기록 들여다본 것”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며 수천명의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인의 통화기록을 들여다본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을 전방위로 사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조회는 올 1월에 이뤄졌다고 한다”며 “7개월이나 지난 8월에야 통지된 이유가 무엇이냐. 전기통신사업법은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측으로부터 받은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메시지의 캡처본을 올리며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라고 했다. 추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일한 문자메시지를 공유하며 “정치 검찰의 사찰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檢 “가입자 정보 확인한 것…통화기록 살펴본 것 아냐”
민주당의 논평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피의자 및 핵심 참고인들의 통화내역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했다.
이어 “통신영장 집행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확보한 통화내역 원본에는 위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들과 통화를 주고받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기재되어 있다”며 “수사팀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위 통화내역에 피의자‧참고인들과 통화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전화번호들의 ‘가입자’가 누구인지를 조회했다”고 했다. 통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조회 대상자들의 통화기록을 살펴본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위와 같은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며 “최근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또 “수사팀은 가입자 조회 결과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조회 7개월 후 통지 대해선 “증거인멸 우려 때문”
가입자 조회 일시로부터 7개월이 지나서야 조회 사실이 통지된 데 대해서도 검찰은 현행법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 제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사실은 제공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되어야 하나, 예외적으로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2차례에 걸쳐 매 1회 3개월의 범위 내에서 유예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10 총선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7개월 뒤 통지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고, 단순한 수사 관련자의 지인이라도 하더라도 이들에게 통신 수사 중인 사실과 수사목적이 알려지면 피의자 등에게 그 내용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라 통지를 유예했다 시한에 맞춰 통지한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도 3년 전 가입자 조회로 논란 빚어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로 인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21년 TV조선 등 다수 언론사의 기자와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TV조선은 그해 4월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무마’ 혐의를 받고 있던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이 개인차량을 타고 와서 김진욱 처장의 관용차로 갈아타는 장면이 담긴 CCTV를 입수해 보도하며 ‘황제 조사’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 논란 이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2년 7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전기통신사업법엔 조회 이후 사후 통지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았는데, 헌재는 “개인의 자기 정보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국회는 작년 12월 29일 해당 조항을 개정해 조회 결과가 수사기관에 제출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사후 통지를 하도록 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을 경우 3개월씩 2회에 걸쳐 통지 기한을 연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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