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합병’ 논란 두산 3사 ‘주주 달래기’
1조원 투자 여력 원전사업 투자 등 ‘통합 시너지로 주주에 이익’ 강조
두산그룹 내 알짜기업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두산 계열사 3사가 대표 명의로 작성된 주주 서한을 각 사 홈페이지에 4일 공개했다. 개편안에 대한 일반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핵심인 합병비율에 관해서는 “법에서도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한에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두산밥캣 분할 등으로 생기는 1조원 수준의 투자 여력을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 원전 제작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 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분할비율과 관련해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 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재상장 시점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법인’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전문용 서비스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며 “양 사의 투자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논란의 핵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비율과 관련해 스캇 박 대표는 “양 사의 교환 가액인 두산로보틱스 8만114원, 두산밥캣 5만612원은 두 회사의 2024년 평균 주가(두산로보틱스 8만564원, 두산밥캣 5만1041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시장 규모 10조원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무인 지게차에 공동 진출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향후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미래 잠재성, 기술력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기업은 5일 주주에게 서한을 발송하고, 다음달 2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사안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11일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개편의 골자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이다. 주식 분할·교환 비율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주)의 지배주주에 유리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4일 두산로보틱스에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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