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하다니”…한국사격 부활의 힘은 ‘쿨한 1020’
5일 男속사권총 메달 사냥땐
런던신화 뛰어넘는 새 기록
◆ 2024 파리올림픽 ◆
침착함, 여유를 장착한 1020세대 젊은 사수들이 메달 사냥에 앞장섰다. 금메달을 명중한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으로 대표되는 황금 세대는 한국 사격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끈다.
3일(한국시간 기준)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 결선에서 양지인은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를 통해 사격을 시작한 그는 총을 잡은 지 8년 만에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한국 사격은 앞서 오예진(여자 공기권총), 반효진(여자 공기소총)이 금메달을 따냈다. 김예지(여자 공기권총)와 박하준·금지현(공기소총 혼성)은 은메달을 수확했다.
새롭게 금메달을 추가한 양지인은 25m 권총 세계 랭킹 2위다.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쳐 경쟁자들보다 객관적 기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지인은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 분야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경험이 있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완사와 급사 합계 586점으로 6위에 올라 가까스로 결선행 티켓을 얻은 양지인은 결선에선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확연히 보여줬다.
25m 권총 결선은 오로지 급사로만 치러진다. 10.2점 이상을 쏴야만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일 경우 표적을 놓친 것으로 보고 0점 처리된다.
작은 표적지에서 정중앙에 위치한 10.2점을 지속 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특히 급사는 3초 이내에 격발해야 해 조준에서 사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빨라야 한다.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거친 그의 총구는 일체 흔들림이 없었다. 표정은 차분했고 눈빛은 매서웠다.
양지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양지인의 아버지 양재성 씨는 “파리 가기 전에 (지인이가) 모르는 사람 전화 오면 받으라고 했다”며 “메달 따서 기자들에게 전화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 사격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수확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선 은메달 1개로 내리막을 걸었다.
천천히 가라앉고 있던 한국 사격은 1020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운 황금 세대의 등장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반복했다. 앞으로 원조 사격 황제 진종오의 뒤를 잇는 새로운 황제·사격 여왕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
태극 사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침착함과 여유에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심한 표정으로 일론 머스크, CNN 등 세계가 주목한 김예지의 ‘쿨함’도 침착함과 여유의 결과다.
반효진과 오예진의 나이는 각각 16세, 19세로 아직 10대다. 양지인과 박하준도 각각 21세, 24세로 젊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격술은 베테랑만큼 성숙하다. 다들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들이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최대 장점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양지인의 좌우명은 ‘어떻게든 된다.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한다’이기도 하다. 금빛 레이스를 하루 앞두고 ‘꿀잠’을 잤다던 오예진도 매 순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고 주문을 외운다.
이제 한국 사격 대표팀은 신기록 경신에 나선다. 색깔 구분 없이, 메달을 단 1개만 추가로 획득하면 런던의 추억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마침 아직 대회에서 사격 종목이 남아 있다. 여자 스키트 개인전, 남자 25m 권총 속사 등에서 추가 메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송종호와 조영재가 출전하는 속사권총은 대표팀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세계 랭킹 4위인 송종호는 올해 카이로 사격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바쿠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속사권총 결선은 5일 오후 4시 30분 진행된다. 한국 사격이 런던 신화를 뛰어넘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 낳고 있다”...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유령병’ - 매일경제
- “월400씩 주는데 밥도 안줘, 이사가면 공동명의?”...미모의 아내와 결혼 후회한다는 30대 남편 -
- “파리 한복판 한국 국대 동상 세워졌다”…주인공은 ‘양궁 3관왕’ 임시현 - 매일경제
- “당장 삼성폰으로 바꾸겠다”…왜곡 광고에 분노한 태국, 애플 영상 내리고 사과 - 매일경제
- ‘기회의 땅’ 공략하자…이재용·팀쿡이 요즘 ‘이 나라’ 공들인다는데 - 매일경제
- 갈기갈기 찢은 600만원 은행에 가져가니…직원들이 기적을 만들었다 - 매일경제
- “말 섞었다간 아오지행?”…北 기계체조 안창옥, 여서정이 내민 손 ‘쌩’ - 매일경제
- 60평 아파트에 벤틀리·람보 타던 20대 알고보니 ‘2백억 카드깡’…카드사기 기승 - 매일경제
- “이렇게 무관심한건 처음 봤다, 어쩌다 민주당이”…흥행참패 우려 휩싸인 전당대회 - 매일경
- ‘金만큼 빛난 銀’ 새 역사 쓴 대한민국 女 사브르, 하를란의 우크라이나에 아쉬운 역전패→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