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첫판 지면 정신이 번쩍… 날 몰아붙이는 힘”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하고 있다./연합뉴스

배드민턴 여자 세계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역전의 명수’로 떠올랐다. 1게임에서 지더라도, 2,3게임을 이겨 기어코 승리하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이 열렸다. 안세영은 세계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승리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날 안세영은 1게임을 11-21로 내줬다. 초반 툰중은 빠른 공격으로 안세영을 흔들었고, 안세영은 아직 몸이 다 풀리지 않은 듯 반 박자 느린 반응을 보이며 점수를 빼앗겼다.

하지만 2게임에서 분위기가 뒤집혔다. 국내 팬들이 ‘안세영식 가두리 양식장’이라 부른 그 모습이 펼쳐졌다. 그간 안세영은 경기를 치를수록 강한 체력을 보이며 후반부에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게 2세트를 21-13으로 가져오더니, 3게임에서는 공격을 이어가며 21-16으로 승리했다. 전날 8강에서도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역전승했다.

준결승 경기 후 안세영은 “(첫판을 지면) 엄청 부담스럽지만, 정신은 더 번쩍 든다”며 “오히려 저를 계속 몰아붙이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제가 너무 욕심이 많고 성급했다.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열세에서도) 편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나는 할 수 있다’, ‘한 점씩 하다 보면 언젠가 따라잡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계속한다”고 했다.

1게임 패배 요인에 대해선 “긴장을 많이 했다. 2게임부터 움직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답했다. 3게임 15-6에서 16-13으로 추격받았던 것에 대해선 “대비하고 있었다. (과거에) 잡혀봤던 상황에 느꼈던 분노를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이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세계 2위)가 전날 준결승전에서 떨어진 것 관련해서도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천위페이는 2020 도쿄 대회 8강에서 안세영을 꺾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선 안세영에게 무릎 꿇었던 선수다.

안세영은 “천위페이가 떨어졌다고 해서 저에게 금메달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제 것을 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다른 선수들도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모두가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이어 “붙어보고는 싶었다. 그림으로는 딱 멋있었는데”라며 “그래도 제가 우승을 해야 하니까 누가 올라오든 제 걸 다시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세영은 “많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마지막 관문에서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 낭만 있게 끝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