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판 된 코인시장, 입법공백 결과물… 1.5단계 시행해야"
"현행 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 규제 중심의 한정적인 규제"
"가상자산, 산업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2단계 입법 촉구"
"(현행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사기판'으로 치닫고 있는 코인시장을 온전히 정상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이용자보호법)에 대해 강성후(사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4일 이같이 밝혔다. 강 회장은 이용자보호법에 대해 "2017년 12월 국무총리실이 가상자산법 입법을 약속한 이후 6년 7개월 만에 시행된 한국형 가상자산법으로, 국제 공동 가상자산법 권고안을 수용해 국제적인 규제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점"을 의의로 꼽으면서도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규제 중심의 지극히 한정적인 규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틸리티·스테이블 코인 규율, 백서 및 공시 규정, 거래소 외에 발행자와 사업자 영업행위, 관련 업종인 평가·공시·자문업 등 가상자산 분야 중 80% 정도가 빠져 있다"면서 '1단계 법안'인 이용자보호법 이후 2단계 입법 대상 중 시급하면서도 당장 시행이 가능한 대상 위주로 '1.5단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정보의 핵심인 백서 내용과 기준, 거래지원 규정, 백서 변동사항 및 주요사항 공시, 발행자 등 사업자들에 대한 외부회계 감사 의무화, 실명계정 발급 개선방안 등이 핵심이다.
강 회장은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가상자산을 디지털 금융, 산업경제적 차원과 연계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싱가폴, 아랍에미레이트 등은 가상자산을 디지털 금융전략의 일환이자 산업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2단계법 입법대상을 규정한 1단계법 부대의견에는 산업경제적 접근 방안이 없다"면서 "지난 4·10 총선 당시 2단계법 입법 방향에 여당이 투자자 보호와 균형있는 시장육성, 산업진흥을 공약한 만큼, EU 암호자산법과 같이 디지털 금융산업 및 산업경제적 접근을 위한 방안이 추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 공백에 기인한 이용자 피해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 저하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강 회장은 "1단계 가상자산법 시행 전인 지난 7월 18일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이) 관련법이 없는 무법천지, 사기판이자 5%만 수익보고 95%가 쪽박차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경찰 발표(경찰이 수사, 검찰 송치한) 코인 투자자 피해만 5조7806억원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 피해는 10배를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지난해 6월 발생한 하루·델리오 '먹튀 사태'를 꼽았다. 그는 "현재 정성호 델리오 대표가 이용자 2800여명에게서 받은 2500억원 상당의 코인을 가로챈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시행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19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1단계 가상자산법, 앞으로 입법하게 되는 2단계 가상자산법에도 코인 예치·렌딩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며 "범죄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음에도 이를 처벌할 해당 업종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2단계 가상자산법과 함께 자본시장법에도 코인 예치·렌딩 등 운용업을 포함하도록 개정해 시행해야 한다"며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 '코인광풍'이 불어 왔음에도 아직도 코인자산 운용업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은 정부 당국과 여야 정치권,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이 지난 6월 금융위원회 산하에 신설된 가상자산과 등 당국에 바라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티메프' 사태도 결국 입법 부재에 의한 예고된 사태였던 것처럼, 현재 코인판이 사기판이 된 것도 2017년 12월 국무총리실이 주무부처로 지정한 금융위의 입법 방치에 의한 결과"라며 "국내 시장이 고사하고 외국 거래소와 시장에 종속되지 않도록 입법 공백 최소화하고, 가이드라인 부재로 기업들의 사업 창출 기회 막지 않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입법공백은 디지털 금융강국은 물론 디지털 금융 외작(外作) 시장 진출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근간으로 디지털 금융에도 산업경제적으로 접근하는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현재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중에서도 일부 거래소가 시장 점유율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 구조는 투자자 편의 및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1단계법 시행으로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상당부분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원화 거래소가 15개 정도는 돼야 거래소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차별화된 편의, 투자자 보호, 상품 개발 등을 통해 국내 시장 안정 및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과 특금법 강화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코인마켓거래소들의 현실에 대해 강 회장은 "코인마켓 거래소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1단계 가상자산법 부대의견 라항에 의해 국회에 보고한 실명 계정 발급 제도 개선방안을 공개하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그 방안에 의해 사업계속 또는 업종 전환, 사업 중단(폐업) 여부를 판단하고 혹시나 하는 희망고문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법 입법 과정에서도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원화 거래소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은행 실명계정 발급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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