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처벌법 허점 드러낸 폭염 노동자 사망

2024. 8. 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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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은 부산 건설사의 공사장에서 또 노동자가 사망했다.

DL그룹(옛 대림그룹) 부산 아파트 사업장에선 지난해 8월 20대가 추락사한 것을 포함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8명이 숨졌다.

정부는 노동법원·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빈틈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폐지만 주장할 게 아니라 어떻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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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명 피해에도 제재 가벼워
근로감독 강화·기업 인식변화 절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은 부산 건설사의 공사장에서 또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A사가 시공하던 한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체온은 40도에 육박했다. 폭염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과 휴식권 보장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앞서 2022년 3월에도 A사 작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1명이 무게 3.3t 균형추에 끼어 사망했다. 그때 원청사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가벼운 처벌만 내려진다면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부산노동청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6월 경기도 아리셀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참사자를 추모하는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 연합뉴스


여름철마다 야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노동계는 “부산노동청이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에게 폭염 가이드라인과 휴식 알람을 보내고 있는데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1시간마다 15분씩 그늘에서 휴식하고 오후 2~5시 옥외 작업을 중지하라는 권고가 강제성이 없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닷새전 숨진 노동자도 폭염 경보가 10일 넘게 이어져 달아오른 공사장에서 오후 3시께 사이 의식을 잃었다. 자율규제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위험요인이 발생할 때 노동자 스스로 일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사업주 역시 찾기 어렵다. “노동자들은 폭염이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절규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S사처럼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은 한 둘이 아니다. DL그룹(옛 대림그룹) 부산 아파트 사업장에선 지난해 8월 20대가 추락사한 것을 포함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8명이 숨졌다. 유명 식품기업에선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사망한 것을 포함해 ‘기계 끼임 사고’가 최근 4년간 10건 이상 발생했다. 조선소에선 올해만 10명 이상이 세상을 떠났다. 반면 사법적 제재는 상당수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지금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위반 사건 540여 건 중 기소는 40여 건에 불과하다. 실형 선고는 2건(0.5%)뿐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수사 중이다. 최근 2년간 5명이 숨진 한 특수강 제조사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이러니 중대재해처벌법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중대재해 발생 원인은 대부분 인재다. 두 달전 경기도 화성 아리셀 참사가 대표적이다. 폭염 피해는 노사가 조금만 관심 을 가지면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정부는 노동법원·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빈틈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만 날릴 수 없지 않은가. 기업주 인식 변화는 가장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폐지만 주장할 게 아니라 어떻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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