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노인과 바다’, 청년들은 어디로?

김태형 부경대 겸임교수 2024. 8. 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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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부경대 겸임교수

청년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따르면 부산 청년 인구 수가 관련 통계가 공시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7년간 부산 전체 인구가 4.4% 감소한 데 반해 청년 인구는 17.8%나 줄었다. 올해 1분기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 인구는 3029명으로,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수도권 순유출 인구의 74.7%를 차지한다. 인구 감소를 넘어, 청년 인구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이 청년을 떠나게 하는가? 첫 번째가 ‘일자리’다. 지난해 부산시가 청년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결과, ‘부산을 떠날 의사가 있는 청년’이 전체의 28.9%였고, 떠나려는 이유 75.9%가 ‘일자리’였다. 두 번째가 홍보가 부족하거나 지원받기 까다로운 청년 지원 정책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70%를 넘겼다.

부산시에서 청년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부족하거나 아쉽기는 하지만 꾸준히 좋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이 문화예술을 더욱 가깝게 느낄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부산청년만원문화패스’ 또한 그 중 하나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주민등록상 부산 거주 청년(18세~39세, 1985~2006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1만 원만 내면 뮤지컬 콘서트 등 부산시가 지정한 11만 원 상당의 문화공연을(영화 제외) 관람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부산청년만원문화패스는 낮은 인지도와 제한된 인원으로 그 효과는 부족할 수밖에 없고, 더 많은 청년이 이런 지원 정책을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지난 7월 13일 강사로 초빙되어 부산 청년과 함께한 토크 콘서트에서 7월 시작, 선착순 5000명에게 제공되는 부산 청년 만원 문화 패스 지원 정책을 아는 청년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널리 이롭게 하지 못하면 탁상공론이다.

취업 진로 결혼 문제, 그에 따른 외로움과 불안감 등 청년이 대면한 문제는 산을 이룬다. 앞으로 25년 동안 부산지역 대학 70%가 사라질 것이고 출산율은 전국 꼴찌다. 부산지역 은둔형 외톨이 81%가 20, 30대 청년이고 그 수는 2만 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부산시는 로마 시대 퇴역군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던 달래기식 정책이 아닌 고대 그리스 청년에게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가르친 3학 4과(3학- 문법 논리학 수사학(언어), 4과-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처럼 필요한 교육과 적극적 지원으로 청년의 삶에 개입해야 한다.

대한민국 법률상 만 19세 이상부터 만 34세 이하를 말하는 청년(靑年·youth)은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하는 시기다. 남녀 구분을 떠나 이 절정의 시기 청년에게 배우고 채워나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하여 청년에게도 고한다. 노력 없이 운이 따라오는 예는 없다. 남이 하는만큼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다. 남이 하는 만큼하고 그때부터 조금 더 하는 것이 노력이다. 부산청년센터, 부산청년플랫폼, 부산일자리정보망(청년 잡스)등 부산시가 청년을 위해 제공하는 정보와 지원을 스스로 찾아서 즐겨야 하고 채워야 한다.

청년을 위한 향토기업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채우고 있는 부산의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 이대로라면 ‘노인과 바다’는 부산의 현실이 될 것이다. 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부산에는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영화의 전당 벡스코 오디토리움 부산디자인진흥원 국립부산국악원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하고 훌륭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있다. 그러나 공연 횟수에 비해 청년의 참여는 저조하다.


부산시는 문화적 지원과 청년지원정책을 더욱 활성화하고, 청년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년이 스스로 꿈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역 미래를 밝히는 길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젊은이들의 활기로 넘쳐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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