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펀드 ‘불완전판매’·KB증권 ‘고객서명 위조’…투자금 50억원 ‘공중분해’
원금손실 등 상품설명 부족해
KB증권 필적감정서 위조 드러나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펀드 계약서’ 제 글씨 아닙니다.”
A은행과 KB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투자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와 서명을 위조한 정황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A은행과 KB증권은 고객에게 각각 50억원, 1억원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초고위험’, ‘100% 이내’ 등 원금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지난 2017년 A은행 자산관리 센터에서 5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 펀드에 가입했다. A은행 직원이 해외 국가기관 세 곳이 들어가 있어 무조건 안전하다고 설득한 게 가입의 결정적 이유였다.
A은행 직원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나사나 EU(유럽연합)가 망하지 않는 이상 디폴트(채무불이행) 될 위기와 리스크는 전혀 없다”고 안내했다.
당시 해당 상품은 때마다 금리를 웃도는 배당금과, 5년 후 건물의 증권을 팔아 투자자에게 나눠줘 인기가 높았고 A은행은 관련 펀드를 500억원 넘게 판매했다.
하지만 코로나 등 부동산 침체로 건물 가치는 급락했고 B씨는 사실상 투자금액 50억원 전액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KB증권은 아일랜드 소재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다.
5년 전 KB증권은 해당 건물에 투자하는 펀드 투자자를 모았다. C씨는 ‘대기업인 페이스북이 장기 임차를 하기 때문에 절대 손해 볼 수 없는 구조의 펀드’라는 직원의 권유에 1억원을 투자했다.
6개월마다 배당금과 건물 판매 시 차익을 받을 거라 생각한 C씨의 계획은 무너졌다. 지난해 초 건물 매각이 예정돼 있었지만 1500억원에 매입한 건물을 400억원 저렴하게 내놔도 매수자는 없었다.
KB증권은 직접 투자한 돈 660억원과 고객의 투자금 22억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고, 2023년 해당 상품은 만기가 3년 연장됐다.
C씨는 뒤늦게 KB증권에 계약서 원본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가입당시 원금 보장이 필요해 ‘예’라고 표시했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아니요’라고 체크돼 있는 걸 확인했다.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에 가입된 것이다. C씨가 실제 필적을 감정해 본 결과 자필과 다른 글씨로 위조였다.
C씨가 만약 ‘예’라고 체크했다면 해당 펀드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직원이 임의로 ‘아니오’를 체크한 것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KB증권 직원은 회사에서 나온 자료만 믿고 C씨에게 안내를 드렸기 때문에 본인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JTBC에 따르면 지난해 100% 손실 위기에 만기를 연장할 당시에도 KB증권의 대리 서명은 계속됐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A은행과 KB증권의 부동산 펀드 불완전판매, 고객서명 위조와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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