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비판에 고개 숙인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강행’

최우리 기자 2024. 8.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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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을 계열사끼리 뗐다 붙였다 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관련 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4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사업 재편 방안에 대해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 주주들에게 설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5일부터 주주 서한을 보내겠다며 누리집을 통해 서한 내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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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본사. 누리집 갈무리

두산그룹이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을 계열사끼리 뗐다 붙였다 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관련 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금융감독원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는 등 시장 내 부정적인 반응이 커지자 뒤늦게 소통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 주주들이 불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분할·합병 비율’은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사업 재편 방안에 대해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 주주들에게 설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5일부터 주주 서한을 보내겠다며 누리집을 통해 서한 내용을 밝혔다.

자회사 두산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분할·매각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박상현 대표이사는 “(원자력발전 관련)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며 “두산밥캣 분할로 생기는 1조원을 원전 산업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밥캣과 합병하면) 북미·유럽 내 고객 거점이 30배 이상 늘어나고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농업장비 분야 세계적 기업들도 로봇회사들을 인수했다고 소개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은 2031년 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들의 로봇화가 필수적이고 비전인식, 디지털트윈, 딥러닝, 정밀제어 등 많은 요소 기술들의 확보가 요구된다”면서 “두산로보틱스는 이런 로봇화 관련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주서한을 통해 ‘현금 확보’ ‘분할 뒤 재상장때 주당 가치 상승’을 강조한 것은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주주들의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2일 1만769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편안 발표 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2만890원) 근처까지 갔던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은 두산과 국민연금이 각각 30.67%, 6.85%를 보유하고 있고, 일반 주주도 상당수 있어 주총에서 개편안이 통과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총은 9월25일에 열릴 예정이다. 사업재편을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6천억원을 초과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계획을 철회할지 정해야 한다.

이들 회사는 합병비율 논란에 대해 “법에서도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되어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합병비율은 지주사인 두산 지분이 많은 두산로보틱스가 고평가되었고, 매해 1조원 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은 저평가되었다는 논란에 빠져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현행 합병가액 산정 방식은 기업 인수·합병(M&A)의 공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과 당사자 간 자율적 협상을 통한 합병가액 산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모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부회장(변호사)은 주주서한 내용에 대해 “회사가 추상적으로 나열한 사업적 시너지는 현재로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그보다 이 사업들을 합치면 좋아진다는 말만 한다. 합병의 출발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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