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무대 함께 관람하고 조언한 선배들…부산연극 소중한 ‘합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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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후배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선배들이 토론하는 드문 합평회가 열렸다.
지난 3일 저녁 부산 동구 범일동 한 카페에 극단 아이컨택(대표 양승민) 단원과 김문홍 극작가·평론가, 이기호 경성대 연극과 교수, 허은 평론가(전 경성대 연극과 교수)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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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연기·무대 등 솔직한 평가
- 지역 연극현실 진지한 토론도
연극계 후배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선배들이 토론하는 드문 합평회가 열렸다.
지난 3일 저녁 부산 동구 범일동 한 카페에 극단 아이컨택(대표 양승민) 단원과 김문홍 극작가·평론가, 이기호 경성대 연극과 교수, 허은 평론가(전 경성대 연극과 교수)가 모였다. 아이컨택이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범일동 일터소극장에서 선보인 ‘악당의 색: BLue’의 이날 공연 직후였다. 아이컨택 양승민 대표가 “작품을 공연해도, 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을 레퍼토리화하고, 공연의 해외 유통 등을 도모하려고, 비평과 의견을 듣고자 연락을 드렸다”고 말을 꺼냈다.
‘악당의 색’은 학교폭력을 묵인하려는 학교에서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던 선생 해일이 과거 자신이 당했던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억눌렸던 분노를 표출하며 악당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피지컬 드라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공연예술 창작 주체 사업 지원으로 3년간 아이컨택이 선보이는 ‘악당 3부작’ 두 번째다. 첫 번째 ‘악당의 색: Purple’은 지난해 공연했고, 세 번째 ‘악당의 색: Red’는 오는 12월 관객과 만난다.
이날 함께 공연을 관람한 연극계 선배들은 연출·연기·무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언했다. 김문홍 극작가는 “음향과 녹음 등 청각효과는 강했지만, 시각효과가 약했다. 주인공이 결국 ‘눈에는 눈, 폭력엔 폭력’을 택하는데, 왜 악당의 길을 택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했다”며 “연출 의도를 관객도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폭력’이라는 광범위하고 근원적 주제를 다루는 만큼, 주제의식에도 한층 깊은 사유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허은 평론가도 관객과 이루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연출은 작품이 관객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언어’를 만드는 일이다. 그 점에서 피지컬 드라마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가 더 선명히 드러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 문제에 대한 현실고발과 더불어 보편성을 갖춘 공감을 끌어낼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공감을 받는다”고 깅조했다.
이기호 교수는 캐릭터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는 “배우는 무대에서 캐릭터로서만 존재한다. 주인공 해일은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설정이 돋보이지 않았다. 그가 가진 말투나 강박증 히스테리로 학교폭력 피해자의 심연을 보여줄 장치가 많았을 텐데 너무 건강하고 멀쩡해 캐릭터가 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캐릭터가 확실해야 관객도 서사에 공감하며 몰입한다. 주인공의 ‘악’에 공감할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통으로 “작품 개막 전 쇼케이스 등 형태로 미리 이런 합평회가 열리면 보완·수정을 거쳐 더 좋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평과 토론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느낀 자리였다. 이런 자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현장에서 느꼈다.
부산 연극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양 대표는 “이번 공연 출연진 7명 중 5명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거나 다른 극단 단원이다. 서울로 떠나는 연극인이 많다. 지역 극단을 운영하며 점점 착잡해진다”고 토로했다. 선배들은 “10년 전에도, 그전에도 반복된 문제이자 한계다. 작품 자체가 많지 않으니 시대 흐름에 맞춰 ‘용병’ 형태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 보는 것도 연극인에게는 좋은 기회다. 중심을 잡고 작품 활동을 지속하면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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