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충청권서 올해만 신고 1000건 넘었다
성인기까지 남는 후유증… 제도 개선부터 부모·아동 교육 필요
지난해 10월 대전지역에선 친모의 무차별 폭행 끝에 1살 아기가 숨졌다. 친모와 그 지인들은 아기가 새벽에 깨거나 잠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때에는 잠들었단 이유로, 또 "기를 꺾어 주겠다"는 이유로 나무 구둣주걱과 멀티탭 전선 등으로 수차례 때렸다. 폭행을 견디지 못한 아기는 끝내 숨을 거뒀고 친모와 지인은 이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올 5월 유성구 한 어린이집에선 2-3살 영유아들이 바닥과 이불 위로 던져지거나 수시간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의심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1-3살 영유아들이 주로 다니는 어린이집이라 직접 조사가 어려운 만큼, 경찰은 두 달치 CCTV 분석에 나선 상태다.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달 말 폐원 신고했다.
올해 들어 충청권에서 1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혐의가 입증돼 검거된 것만 400건이 넘는다. 학대 사례 80% 이상이 부모인 탓에 신고가 없으면 학대를 밝히기조차 쉽지 않다. 때문에 범행을 봤음에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강제 신고 의무제' 도입부터 부모와 아동 대상 예방 교육을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4일 대전·세종·충남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5년간 지역에서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총 1만 1099건이다. 이 중 4064건이 검거됐다. 지역별로 대전은 4599건이 신고돼 1742건이 검거됐고, 세종은 신고 1230건·검거 288건, 충남은 신고 5270건·검거 2034건이다. 5월 기준으로 올해만 대전·충남은 각각 400-5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와 100-200건 검거됐다.
4년 전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부터 최근 태권도 관장 학대로 5살 아이가 사망한 사건까지 전국적으로 공분을 산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도 과거보단 높아졌다. 그럼에도 관련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인식이 낮고, 제도가 미흡한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는 사건 당시 신체적·정서적 상처뿐 아니라 성인기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 자신감 결여와 자아 기능 손상, 위축, 성장 발달 지연부터 공격·파괴적 행동과 자학적 행동, 반사회적 행동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아동학대를 중대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이유다.
황성원 건양대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 같아도 성인이 될 때까지 정서적·심리적 후유증이 보이지 않게 남는다. 영유아기일수록 학대받은 경험은 가학으로 이어진다거나 크게 위축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며 "보육교직원 등이 매년 의무적인 교육을 받는 것처럼, 태권도 학원 등 아동 관련 직업군은 물론 부모들까지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2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가해자 82.7%가 부모였다. 관련 정황이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셈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14개국은 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강제 신고 의무제'를 시행 중이다. 신고 의식을 높이고, 아동·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을 확대·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아동학대 80%가 집에서 발생하는데,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은폐하는 문화인 우리나라의 경우 신고 건수가 적다. 신고가 돼야 발견하고, 발견해야 개입해 치료가 가능한데 신고를 안 하니 발견도 안 된다"며 "외국처럼 강제 신고 의무제를 둬서 국민 인식과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어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공교육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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