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끝`… 해리스 호재로 떠오르나[가상자산 나침반]
美경기침체 우려 등 영향에 약세
해리스, 트럼프지지율 1.5%추월
정치적 변동성 해소로 진정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친 비트코인' 발언으로 지난주 7만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락했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면서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 캠프 주요 인사들이 가상자산 업계와 만나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정치적 변동 요인은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1BTC당 6만7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11%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이날 오전 한때 6만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같은 비트코인 약세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확산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확률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고, 실업률은 4.3%로 상승했다. 고용 증가세는 평균 수준을 밑돌았고, 실업률은 시장 전망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미국 경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며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높아졌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던 만큼 시장이 원하는 '견고한 경제상황 속 금리인하'가 아닌 '경기침체로 인한 금리인하'에 대한 공포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비트코인에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는 연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앞서 지난달 27일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비트코인은 언젠가 금의 시가총액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고 미국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일절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가상자산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교체도 시사했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임기 첫날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대통령 자문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들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8일 5만5000달러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콘퍼런스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6만9000달러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월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됐다. 현지 데이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5.1%, 43.6%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이 가상자산 반대파인 게리 피터스 미 상원의원을 대선 러닝메이트로 고려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이번 여론조사는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피터스는 지난해 디지털 자산 자금 세탁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고, 국가 안보 고문에게 가상자산 사용 방지를 위한 추가 계획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던 해리스 부통령이 업계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향후 정치 관련 리스크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상자산 업계 임원들이 백악관 관계자들과 로 카나 민주당 의원을 만나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변화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달 원탁회의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은 가상자산을 싫어한다"며 "내가 취임 선서를 하는 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가상자산 반대 운동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이번 회의에서 해리스 부통령 캠프 인사들이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싱크탱크인 통화금융기관포럼(OMFIF)도 해리스가 트럼프에 맞서기 위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의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강동현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당선확률이 급감하며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며 "트럼프의 당선확률 변화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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