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거품론·엔비디아 악재 딛고 삼성·하이닉스 실적 이어갈까
증권가, 연간 영업익 추정치 분석
삼성전자 26.6조·SK 23조 집계
미국 테크기업들이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주가가 폭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블랙웰'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질 것이란 미 현지 보도가 나온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하반기 메모리 수요 둔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다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 성장 전망이 여전한 데다, AI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은 형국이어서 여전히 높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기대 확대=4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20개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6조6391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실적 발표 전 연간 추정치는 10조7000억원대부터 30조3000억원까지 분산됐지만, 2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20조5000억~20조8000억원 선으로 좁혀져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실적발표 전후 추정치를 비교한 증권사 12곳 중 8곳은 컨센서스를 확대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K하이닉스의 증권사 21곳 평균 컨센서스는 23조900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실적발표 전과 비교치를올린 10곳 중 7곳이 추정치를 확대했다.
이처럼 양사의 실적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빅테크 업체들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회수 시점에 물음표가 달리면서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여파로 풀이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 전망…엔비디아 리스크 상쇄할까
여기에 엔비디아가 차세대 칩인 '블랙웰' 출시를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진다는 미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의 현지 보도가 나온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GTC)에서 AI칩 신제품 B200이 연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웰 생산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늦게 발견된 결함으로 인해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AI칩 신제품 블랙웰 B200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의 3분기 양상을 언급한 가운데, AI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배경이다.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2024년 시장 가치는 1870억달러로 증가가 예상되며, 이는 서버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또 올해는 평균 D램 가격이 53%, 내년 35% 상승해 올해 매출액은 작년대비 75%, 2025년은 올해보다 5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HBM 주도권에 韓반도체 공고"=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인 HBM3E의 3분기 양산 공급을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 동안 불확실성으로 여겨지던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 통과 임박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 공급에 대해서도 증산 가능성을 시사해 수급 우려 해소에 나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올해 HBM 비트 생산과 고객 협의 완료 물량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확보했다"며 "내년에도 올해 대비 2배를 넘어서는 비트 공급량 확대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의 HBM3E 양산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제품 가격 상승으로 여전히 강점으로 꼽히면서 당분간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 하락은 기업 이슈라기보다 시장 전반의 불안감과 AI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 부분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평균판매단가(ASP)에서 경쟁업체와 차별화 돼 있고 이러한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AI 서버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공고히 돼 영업이익 개선폭은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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