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징계 복귀 후 첫 우승 “물 뿌려준 동료들 감사”

민학수 기자 2024. 8. 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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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서 2년 만에 우승
“10cm 우승 퍼트 남기고 복합적인 감정” “집에 가서 떡볶이 먹고 싶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윤이나에게 동료들이 물을 뿌려주며 축하하는 모습. /KLPGA

“사실 첫 우승은 제가 우승인지 모르고 했다. 이번 우승은 저에게 너무 큰 의미가 있다. 그때보다 훨씬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우승인 것 같다.”

올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해 세 차례 준우승을 한 윤이나(21)가 15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데뷔 시즌인 2022년 7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2년 1개월 만이다. 그는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10cm도 되지 않는 우승 퍼트를 맞이한 순간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저의 실수와 잘못으로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는데 그 후 많은 분의 응원과 격려로 우승하게 돼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며 울먹였다.

윤이나는 4일 제주도 제주시의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윤이나는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방신실(20), 강채연(21), 박혜준(21) 등 3명이 나란히 공동 2위(12언더파)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은 윤이나는 대상(315점)과 상금(7억3143만원)에서 모두 2위로 올라섰다. 선두 박현경(24·대상 370점, 상금 9억1860만원)을 추격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든 윤이나의 모습. /KLPGA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쳐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폭발적인 장타력과 공격적인 플레이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가 경기하는 그룹에 팬들이 몰리고 TV 시청률이 오르는 등 ‘윤이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경기를 그대로 진행(오구 플레이)한 사실을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자진 신고해 출전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골프협회와 KLPGA가 이를 1년 6개월로 줄여 주면서 올해 투어에 복귀했다. 그가 미국 미니 투어에서 뛰며 받은 상금을 기부하고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며 자숙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3년 출전 정지는 어린 선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징계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의 기본 정신을 어긴 잘못을 너무 쉽게 용서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투어 동료 사이에 그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싸늘한 분위기도 있었다.

투어 복귀 후 윤이나는 전반기에만 준우승 세 번, 3위 한 번, 4위 한 번을 기록했다. 준우승 세 번 가운데 두 번은 연장 패배였다. 14개 대회에서 톱10에 7번이나 들 정도로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윤이나는 후반기 첫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홀마다 티샷 클럽을 달리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였다. 페어웨이가 좁은 홀에서는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했다.

드라이버로 250m, 우드로 230m 안팎의 거리를 정확하게 치면서 “차원이 다른 경기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이나는 이날 1번 홀(파5)과 6번 홀(파4), 8번 홀(파5) 등 전반 3개의 버디를 잡으며 한때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며 순항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파3 홀에서 고전했다.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하면서 2타 차 추격을 당했다. 윤이나에겐 16번 홀(파3) 파 세이브가 컸다.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까다로운 1.2m 파 퍼트에 성공했다. 윤이나가 18번 홀에서 우승 퍼트를 넣자 이날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한 2003년생 동갑내기인 강채연, 박혜준을 비롯해 방신실, 유해란, 한진선, 서어진 등 동료선수들이 물을 뿌려주며 축하했다. 윤이나는 “동료가 물을 뿌려주며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처음보다 많은 동료 선수들이 경기 후에 ‘수고했다’, ‘잘했다’고 격려해주신다. 앞으로도 계속 더 밝게 인사하고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를 받고 힘들어하던 시절 부모님께서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시며 제가 어긋나지 않도록 지금껏 노심초사하셨다”며 “우승 상금은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저녁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윤이나는 “국가대표 시절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책을 읽으며 큰 위안을 받고 힘을 냈다. 오늘은 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겠다”며 처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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