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하니예 암살`로 일촉즉발 중동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하마스·헤즈볼라는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강도 높은 보복을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이 수일 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자칫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니예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의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기습적 공격으로 사망했다. 암살된 지 사흘 만인 3일 이란 정부는 하니예가 어떻게 암살됐는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하니예가 머문 거처 외부에서 탄두 약 7㎏를 실은 단거리 발사체로 이뤄졌다"면서 "이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설계하고 실행했으며 범죄적인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숙소에 설치한 폭발물로 하니예가 숨졌다는 서방 매체들의 보도와 상반되는 설명이다. 따라서 암살 사건의 진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아직까지 하니예가 어떻게 암살당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번 암살로 이란 내부는 상당히 격앙돼 있다. 외국 영토에서 외국이 초대한 귀빈을 암살하는 행위는 어떤 방식으로도 무마할 수 없는 중대 도발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자국 심장부에서 '손님'이 살해됐다는 굴욕을 겪은 이란으로선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소집된 국가안보회의에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때를 대비해 방어 계획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앞으로 힘든 날들이 다가올 것"이라며 이란과의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장 유력한 전쟁 시나리오는 이란 단독으로 공격하지 않고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이 이란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이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었기 때문에 보복을 다짐한 상태다.
서방의 정보 소식통들은 공격 시점을 이달 12∼13일께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유대교 명절인 '티샤 베아브' 기간이다. 티샤 베아브는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왕국의 예루살렘성전, 이른바 '솔로몬성전'이 신바빌로니아제국에 파괴된 것을 애도하는 기간이다. 올해 티샤 베아브는 8월 12∼13일이다. 일각에선 이번 주 공격이 단행될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곤혹스럽다. 중동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급선무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니예 암살 이튿날인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네타냐후에게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 "미국 대통령을 쉽게 보지 말라" 등 상당히 거친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국들이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항하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NYT는 "네타냐후가 중동전쟁을 부를 위험한 불장난을 계속하는 것은 자국내 극우세력에 기대어 결성한 연립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스라엘을 넘어 중동 전체를 전쟁 상태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호르무즈해협까지 봉쇄된다면 우리 경제에는 큰 타격이다.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중동발 리스크에 다시 발목잡힐 형국이다. 수시로 안보·경제 점검회의를 열어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점검해야 한다. 민생 경제와 직결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말기를 촉구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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