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25만원 지원금, 가장 비싼 `공짜밥`이다
동화가 아닌 현실 속에 공짜는 없다. 만약 있다면 낚시꾼의 밑밥과 거대 야당이 국민에 선물하겠다는 '25만원 지원금' 정도다. '밑밥'과 '지원금'은 통하는 구석이 많다. 처음엔 공짜지만, 나중에 비싼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 닮았다.
낚시꾼이 물고기에게 밑밥을 던지는 건 예뻐서가 아니다. 굶고 있을 물고기가 불쌍해서도 아니다. 밑밥은 물고기를 위한 게 아니다. 작은 것을 던져 더 큰 걸 얻어내려는 낚시꾼 자신을 위한 유인책, 미끼일 뿐이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먹음직스런 미끼를 덥석 입에 문 물고기의 운명. 밑밥에 걸린 물고기는 낚시꾼의 손아귀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가련한 신세다. 포퓰리즘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중남미 국가들의 딱한 신세가 그 꼴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선 이른바 '이재명 1호 법안'으로 불리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이 통과됐다. 거대 야당이 전 국민에게 선심 쓰겠다는 '25만원'의 명분은 소위 '민생회복'이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근육질' 민주당에겐 25만원법 통과쯤이야 어린애 팔목 비틀기였다.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국민 생각은 이번에도 달랐다. 구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그러했듯이, 25만원 지원금을 지급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한국갤럽이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봐도 51%가 '지급해선 안 된다'였다.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은 43%에 그쳤다.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선 안된다는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공짜 돈, 공짜 밥의 대가는 무섭다. 재앙이다. 경제적 대가와 무관한 25만원이 풀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국민이 잘 살게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원금 주면 물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시장에 풀린 돈은 단순히 인플레이션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이 마구잡이로 뿌리는 돈은 한국 금융시장을 박살 낼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저평가되고, 한국의 신용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참담한 결과는 이론이 아니다. 남미 국가들에서 매일 똑똑히 목격하는 현실이다. 국민들도 그런 이치를 잘 안다. 그래서 지원금을 안 받으려는 것이다.
국민은 '안 받겠다'는데, 굳이 기를 써가며 '주고 말겠다'는 민주당. 달라진 건 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곳간이 썩는다'며 세금을 퍼붓다가 탕진한 국고, 그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그 후유증은 윤석열 정부 임기의 절반이 지나도록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역시 이런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전 대표는 과거에 "돈을 찍어내면 돈 가치가 떨어져 국민 주머니가 털린다. 일종의 서민증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공짜 지원금이 초래하게 될 비극적인 말로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문구는 경제학에선 유명한 경구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미국의 골드러시 시절, 몇몇 식당들이 '공짜 점심을 준다'는 광고로 노동자들을 현혹했다. 점심 자체는 정말 공짜였다. 다만, 술을 충분히 시켜야 공짜 점심을 줬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분까지 들떠서 더 마시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 덕에 식당들은 공짜 점심을 훨씬 상쇄할 정도로 많은 술을 팔아 큰 이득을 보았다.
국민은 왜 힘들어할까. 그건 공짜 지원금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물가가 너무 올랐고, 은행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힘들어서 힘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망가진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지, 25만원이 아니다.
전 국민에 뿌리는 25만원은 눈 앞의 고통을 잠시 망각시키는 단물일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건 고통을 잊게 하는 마약이 아니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건 단물이나 마약이 아니라, 입에는 쓰지만 몸을 살리는 양약(良藥)이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기 위해서다. 디지털콘텐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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