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성장 멈추면 덴마크도 멈춰…`노키아의 함정` 명심해야"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성장을 멈추면 덴마크도 성장을 멈춘다는 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최근 "지난해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은 제약 부문의 기여 없이는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1923년 설립된 덴마크 제약 회사다.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를 주력 제품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 창출된 덴마크 일자리 5개 중 1개가 노보에서 직접 창출됐다. 노보 직원들이 노보의 공급업체나 상점과 식당에서 지출하는 비용 등 노보가 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를 포함하면 덴마크의 모든 민간 부문 비농업 일자리의 절반은 노보가 창출했다.

실제로 노보의 의약품 판매 급증은 덴마크의 수출을 촉진하고 덴마크에 많은 외화를 유입시켰다고 NPR은 전했다.

NPR은 "하지만 덴마크 경제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지배력은 덴마크가 몇 년 전 핀란드가 빠졌던 '노키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 이상을 창출하는 등 핀란드 경제 성장의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다 노키아는 2000년대 중반에서 후반에 걸쳐 애플과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핀란드 경제는 무너지고 말았다.

NPR은 "노보가 조만간 노키아와 같은 붕괴를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노보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노보의 의약품에 대해 엄격한 가격 통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노보의 오젬픽에 대한 특허는 10년 이내에 만료되는 만큼 타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노키아의 함정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덴마크 기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덴마크의 경제 성장이 하나가 아닌 여러 회사에 의해 주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NPR은 "노키아의 함정의 또 다른 측면은 덴마크가 노보의 성공을 경제 전체의 성공과 동일시하는 현실에 안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노보 노디스크의 성공은 덴마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만,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좋은 것을 너무 많이 가질 때 따르는 위험을 이해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