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성비 떨어진다"… AI투자 속도조절론

유진아 2024. 8.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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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생산·수익 회의적"
기술주 상승세 과장에 불안감 확대
저커버그 등 AI투자 필요성 강조
연합뉴스 제공

경기침체 신호 속 커지는 AI 과잉투자 경계론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 들여온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천문학적 투자에 대비해 기업들이 얻는 수익성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등 대형 투자은행과 세쿼이아캐피털 같은 벤처캐피털에서 막대한 투자 열풍을 일으킨 AI 산업이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엔비디아발 AI 반도체 공급지연이 겹치면서 AI 기업들은 험로를 눈앞에 뒀다. 다만 AI기업들은 지금 AI 매출이 크지 않은 것은 수요보다 공급문제이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이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거품론'…AI는 그냥 돈 먹는 하마?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지출은 너무 많고 혜택은 너무 적은가?(Gen AI: too much spend, too little benefit?)'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인 데 비해 수익이나 생산성 측면에는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1년 전 "AI가 전 세계 일자리 3억개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생산량을 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보고서와 정반대 기조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와 오늘날의 기술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혁신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10년간 AI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0.9%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또한 "엄청난 투자에도 AI는 필요한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며 "AI에 대한 상업적 희망이 과장돼 있고 이를 훈련하고 실행할 컴퓨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오픈AI는 챗GPT 운영비 부담으로 올해에만 50억달러(한화 약 6조92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의 하드웨어 운용 비용으로만 매일 70만 달러(약 9억6950만원)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AI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바클레이스는 빅테크들이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쿼이아캐피털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 금액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6000억달러 매출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최대치로 잡아도 100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AI 업계에 5000억달러(약 680조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AI 거품론'…성장성보다는 M7 고평가 우려 때문?

최근 AI 열풍에 올라탄 기술주 상승세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올해 초 미국 증시의 기록적 상승을 견인하던 기술주 7인방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의 주가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 기술주 상승세 역시 AI 열풍 덕분인 만큼 AI 부문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은 투자자들의 매도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검은 금요일'로 불릴 정도로 미 주가지수가 급락한 지난 2일(현지시간) AI를 비롯한 기술주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일 하루에만 2.43% 떨어졌다. 전날에도 떨어졌던 기술주들은 마이크로소프트(-2.07%), 엔비디아(-1.78%), 알파벳 A(구글 모회사 ·-2.40%), 메타(-1.93%), 테슬라(-4.24%) 등 줄줄이 내렸다. 특히 아마존은 실적 부진까지 겹쳐 8.78% 급락했다.

이중 MS는 AI 운영의 핵심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사업 매출 성장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게 영향을 미쳤다. MS는 AI 매출처인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에서 285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규모지만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86억8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이 가운데 애저와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발생한 매출은 29% 늘어났는데,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31%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구글 알파벳도 깜짝 분기 실적을 공개하고도 AI 지원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어나자 수익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에 외신들은 투자자들이 MS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AI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AI 수익성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인해 급등했던 글로벌 증시가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거품론'과 별개로 빅테크의 AI 투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액이 총 1조4000억달러(약 19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중 알파벳, 아마존, 메타, MS 등 4개 사가 올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는 비용은 1040억달러(143조8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더 크다"며 투자 강행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또한 "미리 구축하는 게 늦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며 AI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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