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각자도생 나선 티메프, 파산위기까지 세번의 `실기` 있었다
인수 이후 무리한 할인판매 강행
큐익스프레스 상장 수단 되기도
큐텐 은폐정황에 내용증명·매각
티몬·위메프의 출발은 화려했다. 2010년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중화에 힘입어 쿠팡과 함께 이른바 '소셜커머스 삼국지'의 주축으로서 전자상거래시장의 유망 IT기반 커머스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엔 나스닥 상장 글로벌 플랫폼의 한 축이 되는 그림까지 그렸었다. 하지만 지금 양사는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창립 이후 14년만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의 승인에 따라 자율 구조조정 지원, ARS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이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 채무·채권자 간 자율적 구조조정 협의를 위해 법원이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법원은 사측과 채권자 간 협의를 위해 한 달간 회생절차 진행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우선 티메프는 주요 채권자가 참여한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이들과 협의해야 한다. 협의 실패 시,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여부를 개시하게 되고, 회생절차 개시 기각 시엔 파산 절차로 가게 된다.
14년 전, 유통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던 티메프가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연속된 '실기'(失期)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 실기 시점은 2014년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로켓배송'을 도입하며 시장 판도를 바꿔놓은 시점이다.
쿠팡은 경쟁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집중하던 시점에, 자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 이외에 신속 배송이라는 경쟁 요소를 더하며 판매자·고정 고객을 빠르게 확보해 나갔다. 그 해 쿠팡은 티몬(1574억원), 위메프(1259억원) 매출 합산치보다 많은 약 34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 쿠팡의 성장성에 주목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10억 달러(1조 1545억원)를 이 회사에 투자했고 이에 힘입어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던 쿠팡은 2015년 소셜커머스 기업 최초로 연매출 1조원기록을 썼다. 전년 매출의 3.3배다. 이후 쿠팡은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기준 가격을 설정하는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고, 로켓배송(직매입)과 오픈마켓을 수익모델로 하는 전략을 전개해 나갔다.
반면 티몬은 2017년 창업주인 신현성 대표 사임 이후, 거의 1년마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전략의 지속성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슈퍼마트'(생필품 직매입)를 강조하는가 싶더니 '큐레이션딜'(TV 홈쇼핑 콘셉트)로 방향을 틀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임 커머스'(단시간 특가상품 판매)를 강조하는 식이었다. 갈지자를 걷던 티몬은 코로나 속 이커머스가 성장세를 이어가던 2021년에도 매출이 오히려 전년보다 약 15% 줄어든 1290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불었다. 2018~ 2021년까지 4년간 누적 적자 3000억원이다. 같은 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00조원 가치(상장 첫날 시총)를 인정받으며 입성한 쿠팡과 대조된다.
결국 티몬은 10년째 완전자본잠식이던 2022년, 2000억원대로 몸값이 내려온 상태로 싱가포르 기반 해외 직구 업체인 큐텐에 지분 100%를 내줬다. 티몬 지분 100%를 큐텐의 물류 자회사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큐익스프레스'의 신주와 교환하는 형태였다. 위메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3년 4월 자본잠식 상태에서, 티몬과 동일한 방식으로 큐텐에 인수됐다. 위메프의 최대주주였던 원더홀딩스가 위메프 지분 전량(86.2%)을 큐텐에 넘겼다.
그 사이 쿠팡은 적자 기업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전환했다. 2022년 3분기, 로켓배송 도입 후 8년 만에 첫 흑자, 사상 최대 매출(6조8383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티몬·위메프의 두 번째 실기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공습기에 나타났다. 큐텐에 안긴 티메프는 큐텐의 해외직구 역량과 티메프 간 시너지를 공언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티메프 인수 이후, 구영배 큐텐 대표는 G마켓 창립멤버로 최측근인 류광진 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티몬 대표로 앉히고, 김효종 큐텐 경영지원본부장을 위메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조직 간 결합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으나, 티메프 체질 개선보다는 두 회사를 나스닥 상장 추진 중인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 늘리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티몬이 지난 6월부터 도서문화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최대 10% 할인해 선주문(이달 주문, 한달 뒤 수령) 형태로 팔고 컬처랜드, 해피머니 상품권 등도 최대 10% 할인판매하는 등 무리한 프로모션을 강행한 사실이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는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국내 세 확장으로 인해 안 그래도 경쟁력이 약화한 상태에서 티메프가 잡은 '큐텐'이 동앗줄이 아니었던 셈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큐텐계열 플랫폼들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부분은 크로스 보드 트레이드(직구, 역직구로 불리는 구매 형태의 하나)이고, 이것을 얼마나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라며 "C-커머스까지 국내에 진입해 내수 시장점유율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많지 않아진 상황에서, 티몬·위메프는 특별히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 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세번째 실기는 큐텐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과정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터진 직후에 벌어졌다.
입점 판매자들이 도산 직전에 놓이고,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나온 구 대표는 미정산 대금의 향방 등 본인이 파악하고 있는 현황이나 대책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추가 피해 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총수의 이러한 무대책 속에 사측의 축소·은폐 정황 등이 나오면서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그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있는 구 대표의 모습에 큐텐 계열 플랫폼들은 '각자도생'을 모색 중이다. 큐텐의 100%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에 약 650억원로 추정되는 미수금을 돌려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로써 큐텐과 완전한 결별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 티몬은 대형 투자사와 투자 유치, 매각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위메프는 개별적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최고경영자를 구 대표에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교체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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