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가치 네트워크에 주목하라] 전통 통신사 꼬리표 떼고… 반도체·LLM `AI근력` 키운다

김나인 2024. 8.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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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I 협업망' 짜는 통신산업
SKT·퍼블렉시티, '에이닷' 결합
KT, 모빌리티에 AIoT 기술연계
LG유플, 경량화된 '익시젠' 선봬
LG유플러스는 통신 시장에 맞춰 거대언어모델(LLM)을 경량화한 '익시젠(ixi-GEN)'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익시젠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앨토스에서 유영상(왼쪽) SKT CEO와 마크 아담스 SGH CEO가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T 제공
모델이 SK텔레콤이 '에이닷'의 전화통역 기능인 통역콜을 활용하고 있다. SKT는 퍼플렉시티와 에이닷 서비스를 결합해 검색 서비스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SKT 제공
KT 고객센터 직원들이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상담 어시스턴트를 이용하고 있다. KT 제공

'통신사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AI다. 2022년부터 촉발된 생성형 AI 혁명 이후 통신업계는 'AI 대전환' 수술을 집도하면서 전통 통신사 꼬리표를 떼어내고 AI 생태계를 새로 짜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해온 인프라와 데이터가 빛을 발하고 있다.

AI가 전 산업의 영역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운데 최근 'AI 피라미드' 전략을 내세운 SK텔레콤이 세계 주요 통신사 12곳 중 AI 지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SKT는 글로벌 통신사 중 AI에 "가장 진취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도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 반도체부터 IDC·LLM까지…'AI 근력' 키우는 통신사

SKT가 내세운 전략은 'AI 피라미드'다. 인프라부터 본업인 통신을 혁신하는 AIX, 서비스 등 3단계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포부다. KT는 △AI 개발환경(Ops) △AI 보조 △ AI 에이전트 등 3대 혁신 방향을 공개했다. 특히 AI 도입부터 구축, 운영, 관리까지 AI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을 지원하는 AI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AI 응용 기술에 힘을 들이고 있다.

'AI 근력'을 좌우하는 인프라 영역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거대언어모델(LLM) 등을 포괄한다. AI 산업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다. AI 반도체 영역에서는 SKT가 설립한 AI 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이 KT가 투자한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합병을 추진한다. 연내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국내 'AI 반도체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통신사들은 데이터센터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T는 이달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기업 'SGH'와 2억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을 확보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누적 7만5000개를 확보한 전문 기업의 역량을 흡수해 반도체부터 인프라, 서비스를 잇는 'AI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한편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AI, 클라우드, IDC를 키워드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LLM '믿음'을 활용한 모델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LG AI 연구원의 '엑사원'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익시젠'을 선보였다. LLM 대비 경량화된 모델로 파인튜닝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가볍고 빠르게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익시젠을 고도화해 네트워크 업무부터 에이전트, 모바일 매장 어드바이저까지 연내 약 8개 AI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 AI 서비스 경쟁 치열…네카오도 위협할까

이렇게 키운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기업간거래(B2B)부터 소비자단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물밑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통신사들이 다변화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플랫폼·AI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기존 통신 사업과 융합한 대표 서비스는 AICC(AI콜센터)다. 기존 컨택센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음성인식 기술, 자동 응답하는 AI챗봇·콜봇, 상담 이후 대화 내용을 정리하는 기술 등이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30% 이상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SKT는 올인원 AICC 서비스 'AI CCaaS'와 광고문구를 자동 생성하는 'AI 카피라이터'를 출시했고, KT는 서비스형 AICC 상품인 '에이센 클라우드'를 내놨다.

SK텔레콤의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은 오픈AI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와 결합하면서 더 강력해진다. 네이버·카카오까지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SKT는 운영 효율성 개선과 새 AI 서비스 출시가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며 "퍼플렉시티와 결합한 에이닷과 같은 서비스는 네이버의 핵심 검색 사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말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가 본격 개화하면, 통신사가 서비스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차지할 전망이다. KT는 온디바이스 AIoT 기술을 모빌리티 사업과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택시 광고 사이니지 업체 모토브, 공유 킥보드 업체 지바이크와 협력해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프라를 확대한다. 전기차 충전기 관리 솔루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B2B,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를 결합한 B2B2C 성격을 가지는 만큼 그에 맞는 전략을 통해 AI 혁신의 큰 물줄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사의 AI는 '소비자 맞춤형'보다는 '시스템 맞춤형'이어야 한다"며 "통신사가 AI 원천 기술을 개발해 경쟁을 하는 것이 맞는지, 중간재료로 사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수익화하는 방향이 좋은지 고민하고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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