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산 집인데”, 빚 못 갚아 ‘경매행’.. 집합건물 임의경매 13년 8개월 만 ‘최대’
전달比 24%↑·전년比 46%↑.. 2013년 7월
1만 4,078건 이후 11년 만 최대 규모 기록
아파트 가격 상승.. 서울 등 경매시장 수요↑
제때 대출금 등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이 2년 내리 급증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법원에 접수된 경매 물건만 해도 11년 만에 최대 규모를, 특히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는 13년 8개월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 담보 대출을 받아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며 ‘내집’ 마련에 나섰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들이 정작 고물가·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게 주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4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만 3,631건(3일 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달(1만 983건)에 비해 24.1%, 지난해 같은 달(9,328건)에 비해 46.1% 늘어난 것으로 2013년 7월(1만 4,078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습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뜻합니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은행·제2금융권 등이 채권자로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임의경매가 늘어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고금리에 치인 ‘영끌족’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1~2022년 부동산 가격 급등 당시, 담보 대출 등을 받아 부동산을 샀지만,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임의경매 신청이 대폭 증가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운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 임의경매 증가세가 가파른 양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484건으로 지난해(3,547건)에 비해 54.6% 늘어, 2년 전인 2022년 7월(2,290건) 대비 2.4배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 11월(5,717건)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신청 건수를 보였습니다.
고금리 여파 속에 임의경매는 2년 내리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은 3만 9,059건으로 2022년(2만 4,101건)보다 62% 늘었고, 올해 1∼7월 신청은 3만 3,7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1,497건)보다 56.8%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7월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경기 지역이 1,6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과 서울이 각각 759건과 639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권 내에서도 특히 빌라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했던 수원시 권선구의 신청 건수가 12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갭투자에 나섰다,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임대인 물건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구로구(195건)에서 집중적으로 임의경매 신청이 진행됐고 광진구(41건), 강서구(39건)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19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서울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낙찰된 서울 아파트 129가구 중 27가구의 낙찰가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월 11.9%(117건 중 14건)와 6월 17.6%(142건 중 25건)에 이어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5분의 1 정도 매물이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3.7%를 기록하면서 2022년 8월(9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매 시장에서 호가가 올라 매물이 줄면,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서라도 매물 확보를 위해 더 값을 치르고 나서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경매 매물이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지방은 약세 국면인데다가 낙찰가율도 낮은 편”이라면서 “그만큼 서울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제주만 해도 6월 23건 중 1건이 낙찰됐고, 아파트 낙찰가율이 82.4%를 기록하는가 하면, 세종도 15건 가운데 3건이 낙찰되며 84.4% 낙찰가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제주는 지난해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3,883건으로 2022년(1,872건) 대비 2배 수준 증가해, 법원이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개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를 신청한 제주도내 부동산 중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977건으로, 이 역시 전년(409건)에 비해 138.8% 급증세를 보였고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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