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의 강철 정신력···안세영 “천위페이 없다고 금메달이 그냥 오진 않잖아요”[올림픽x인터뷰]
올림픽 금메달의 꿈, 이제 마지막 1승이 남았다. 안세영(21)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확보했다.
안세영은 4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4강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2-1(11-21 21-13 21-16)로 꺾었다.
안세영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배드민턴 단식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올라간 것도 방수현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 남녀단식을 통틀어서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을 딴 손성모 이후 20년 만이다.
안세영이 이날 만난 툰중은 세계랭킹 8위다. 상대전적에서 안세영이 7번 만나 모두 이겼던 상대다. 툰중은 16강에서 한국의 김가은을, 8강에서는 강자 타이쯔잉(대만)을 탈락시킨 인타논 랏타녹(태국)을 꺾고 4강에 올랐다. 기세를 올린 툰중은 경기 초반 안세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밀리며 11-21로 첫 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2게임부터 본색을 드러냈고 게임스코어 1-1을 만든 뒤에는 특유의 ‘왕체력’을 앞세워 3게임에서 상대를 몰아붙여 승리했다.
안세영은 전날 8강전에서도 전 세계랭킹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6위)를 상대로 똑같이, 1세트 내준 뒤 후반에 몰아붙여 역전승하고 4강에 올랐다. 안세영은 “1게임에는 자꾸 긴장을 하는 것 같다. (어제 바람 때문에 1게임 힘들었는데) 오늘은 또 바람이 반대로 불었다. 내가 코트를 선택했는데 이거 큰일이다 했다. 그런데 체력이 확실히 좋아져서 그런지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력 훈련에 열을 쏟았고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큼 지치지 않는 강점을 갖게 된 안세영은 “사실 1게임 내주고나면 엄청 부담스럽다. 하지만 정신은 더 번쩍 들게 하니까 그게 오히려 더 나를 몰아붙이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말이 아닌 이상 3게임까지 계속 똑같은 스피드로 뛸 수가 없다. 그래서 (1게임 내주는 게)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보는 분들이 진짜 긴장 많이 하실 것 같다”라며 웃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툰중 상대 8전 8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안세영은 툰중을 꽉 끌어안았고 같이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해 큰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세계랭킹 1위, 셔틀콕 대스타다운 세리머니로 결승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안세영은 “툰중은 나보다 언니지만 주니어 때부터 봐서 인도네시아 가면 밥도 사주고 한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이 선수도 인도네시아 선수 중 혼자 남아서 그런 부담을 많이 얻었을 거고, 진 마음을 제가 아니까 마음도 아팠다”고 말했다.
이제 금메달까지 1승이 남았다. 일단 20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결승 진출 역사를 먼저 쓴 안세영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우승을) 하고 싶고 욕심이 많이 난다. 금메달 따고 세리머니 하는 상상도 매일 한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잠시 접어두고 내일(결승전)에만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최소 금메달 2개 이상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목표로 삼고 파리에 왔다. 그러나 혼합복식의 김원호-정나은의 은메달이 현재 유일한 메달인 채로 여자단식의 안세영이 유일하게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세대교체에 성공해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배드민턴은 이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혼합복식)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을, 그리고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을 기다린다.
안세영이 금메달로 가는 길은 예상과 조금 달라졌다. 세계랭킹 2위이자 과거 안세영의 천적이었던 천위페이(중국)가 8강에서 탈락했다.
안세영은 “늘 말했듯이 모든 선수들을 라이벌이라 생각한다. 천위페이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잘 하는 선수들이고 올림픽에서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안다. 천위페이가 없다고 나한테 금메달이 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붙어보고는 싶었다. 멋있는 그림이 됐을텐데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우승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건 굳이 생각하지 않겠다. 누가 올라더라도 내 것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천위페이뿐 아니라 세계랭킹 3위 타이쯔잉(대만)은 조별예선에서 떨어졌고, 4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마저 이날 안세영이 결승 진출 뒤 다른 4강전에서 허빙자오(중국)와 경기하다 무릎을 다쳐 기권했다. 세계 여자 배드민턴의 강자 중에 안세영만 살아남았다.
안세영은 8강에서 천위페이를 탈락시킨 허빙자오(중국·세계 9위)와 5일 금메달을 다툰다. 상대전적에서 안세영이 8승5패로 앞서고 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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