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피해 최소화할 특단 대책 없나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자동차 화재로 차량 수십대가 전소됐고, 주민 22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480여가구의 전기와 물 공급이 나흘째 끊기면서 주민들이 무더위 속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는 임시거주시설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밀폐된 지하주차장에서 진화가 어려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환경 등을 이유로 전기차 보급은 독려하면서도 화재 대비엔 속수무책인 상태가 지속돼선 안 된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6시15분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배터리 화재 시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을 일반 분말소화기로 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방당국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은 8시간20분 만에야 꺼졌다. 그사이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이동식 수조에 차량을 통째로 빠뜨리는 방식으로 진압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은 이동식 수조를 투입하지 못했다. 수조를 화재 차량 근처로 옮겨야 하는데, 연기 탓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도입된 장비지만, 야외가 아닌 지하주차장에선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지하주차장은 천장이 낮아 소방차량 진입도 어렵다. 전기차와 지하주차장은 화재 취약조건을 다 갖춘 ‘최악의 조합’인 셈이다.
전기차 화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집계를 보면 2021년 24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2년 새 3배가 됐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와 주차장 안전 기준에 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가능하면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닌 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 지상주차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정부와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주차와 충전소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배터리 화재 진압 장비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보듯 배터리 화재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단의 화재 대책이 없다면 아파트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전기차는 기피 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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