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남은 3년이란 [한겨레 프리즘]

조혜정 기자 2024. 8. 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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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노란봉투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혜정 | 정치팀장

8월 임시국회가 5일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해 열리는 임시국회인데, 국민의힘과 합의는커녕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사일정은 잡지도 못했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부터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할 예정이고,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다는 게 예정된 수순이다.

속이 터진다. 사상 초유의 일이 무시로 벌어지다 보니, 매일같이 상황을 들여다보고 기사를 다루는 처지에선 ‘극한 대치’보다 더 극한의 표현을 찾지 못해 답답하고, 극단적인 상황에 무뎌지고 있는 게 두렵다. 22대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늦었던 21대 국회 개원식(7월16일, 임기 시작 47일 만)보다 20일 가까이 더 지나도록 개원식조차 못 열고 있다. 애초 여야가 합의한 지난달 5일 개원식은, 그보다 하루 전인 4일 야당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종료시킨 뒤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무산됐다.

‘야당의 법안 발의→국민의힘 필리버스터→야당 주도 법안 통과→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에서 법안 폐기→야당 다시 법안 발의’의 무한 반복은, 구조적 측면에선 1 대 2에 가까운 여소야대가 원인으로 보인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자신들이 하려는 모든 일이 ‘민심의 명령’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채 상병 특검법처럼 국민의 공분을 동력 삼은 법안들뿐만 아니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나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 수사 검사들의 탄핵소추안까지 발의해 ‘방탄’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 총선 민심의 본질이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다 해’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심판이 먼저’였음에 눈감은 지난 몇달의 후과는, 주저앉은 당 지지율이다.

숫자가 적다고 국민의힘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여당은 입법부의 한 축이자,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는 이중의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한다. 또한,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무조건 당정 일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특히 야당과의 관계에서 ‘용산 거수기’ 행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취임한 뒤론,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계파 갈등이 더해지며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두 당 모두, 내부에서 비판이나 자성의 목소리를 찾기는 대단히 어렵다. 민주당은 다수가 친이재명계로 재편됐고, 국민의힘은 친윤계와 친한계가 서로 비난하기 바빠서다. 어차피 대세는 정해졌으니 일단은 좀 지켜보자는 의원들도, 조금이라도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심하게 공격당하니 아예 체념하고 지역구 관리나 열심히 해서 4년 뒤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의원들도 있다. 뭐든, 건강한 정치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윤 대통령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4·10 총선 이후에도 변함없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습관’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인 이번주 ‘방송 4법’에, 다음주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법안은 모두 21건으로, 박정희 이후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모두 합친 19건보다 많아진다.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렵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권력과 책임이 큰 자리일수록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보통의 결단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엔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얽히면서 더 선택의 여지가 좁은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타협하고 서로 양보해 국민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게 정치고, 윤 대통령의 책무다. 남은 3년을 그 책임을 방기하며 갈 건가? 아니, 그렇게 갈 수 있나? 묻고 싶다.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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