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중전회 독해법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지난달 중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전면적인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결정’(결정)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보통 당 대회 이듬해 가을 열렸던 이전 3중전회와 달리 이번 20기 3중전회는 9개월가량 늦어져, 당내 반부패 투쟁이나 경제 정책의 혼선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회의가 열리는 동안 해외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공산당의 정보 통제가 심해지면서 뜬소문도 더 쉽게 퍼지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이번 ‘결정’ 초안 작성팀은 시 주석이 직접 이끌고 왕후닝(정협 주석)과 차이치(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국무원 부총리) 등 3명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류윈산(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부총리) 등 2명의 상무위원이 각각 당과 국무원을 대표해 부위원장을 맡았던 2013년 18기 3중전회 때와 비교하면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의 ‘3대 책사’로 꼽히는 왕후닝이 당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결정’을 정치·이론·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당국이 ‘전면적으로 개혁을 심화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결정’에서 경제·사회 각 방면의 중대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2022년 ‘20차 당 대회’와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올 3월 ‘양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시진핑은 리창이 이끄는 국무원이 제시한 경제 해법이 모두 ‘리커창의 그림자’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3중전회에서 “국가 안보는 중국식 현대화의 안정에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시진핑이 경제 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중국공산당의 경제 관련 문서는 시장 경제의 ‘수요·공급’ 개념이 아닌 마르크스주의의 ‘생산력’과 ‘생산관계’ 개념으로 봐야 한다. 마오쩌둥은 ‘생산관계’에 집중했기 때문에 계급투쟁을 강조했고, ‘생산력’에 중점을 둔 덩샤오핑은 ‘발전은 확고한 도리’라고 했다. 시 주석이 내세운 ‘신품질 생산력’과 ‘개혁 심화’, ‘중국식 현대화’는 이론적으로든, 당에서의 역사적 지위로든 둘을 뛰어넘는 것이고,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이자 마르스크주의 경제이론을 넘어서는 것이다. 요컨대 2021년 19기 6중전회의 ‘제3차 역사 결의’에서 부각된 시진핑의 위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또 ‘결정’이나 중국공산당의 공식 해석과 관계없이, 이번 3중전회는 18기 3중전회와 연결지어, 시진핑의 ‘전면심화 개혁’이 지난 1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개혁개방 이래 ‘쉬운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개혁이 모두 진행됐고, 이제는 체제 문제와 기득권 집단의 반개혁 저항 등이 남아 있다. 이는 최근 ‘경제 하강’이 지난 10년의 정책적 결과가 아니라 개혁 이후 남은 비용을 치르는 것임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중국은 현대화 경로로 ‘두 개의 백년’(창당 100년인 2021년, 정권 수립 100년인 2049년)을 내놨고, 2035년은 그 중간 시점이다. 이번 회의의 공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80주년이 되는 2029년 본 결정이 제시한 개혁 임무를 완수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시 주석이 2029년에도 재임한다는 것, 즉 4번째 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정’은 ‘당의 영도는 개혁을 더욱 심화시키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보증’이며 ‘당의 영도 수준과 장기 집권 능력을 향상시켜 개혁을 계속 전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모든 것은 당의 ‘장기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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