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8% "정치성향 다르면 결혼·연애 못해"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8.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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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 종사하는 20대 여성 A씨는 잠시 교제하던 남성 B씨와 결별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았다.

응답자의 정치 이념별로는 보수(59%)와 진보(55.4%)에서 모두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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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도 하기 싫다" 33%

최근 금융권에 종사하는 20대 여성 A씨는 잠시 교제하던 남성 B씨와 결별했다. 진보적인 A씨와 보수 정당을 적극 지지하는 B씨는 정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다퉜다. 주변 선배들도 "종교보다 정치 성향이 더 맞춰가기 어렵다"며 교제를 만류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양극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지난해 만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 등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51.8%)보다 장년층(56.6%)과 노년층(68.6%)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을 더 배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정치 이념별로는 보수(59%)와 진보(55.4%)에서 모두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교제할 때 정치 성향을 따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소득 1분위에서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 등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61.4%에 달했다. 반면 5분위에서는 이 비율이 51.9%까지 내려갔다. 중졸 이하 답변자들은 71.5%가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졸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54.5%를 기록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사교를 위한 술자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이 33%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진영 간 갈등이 커지는 점이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의 92.3%는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봤다. 이는 2018년 조사(87%) 때보다 5.3%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향후 사회적 갈등 전망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10년 후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란 응답이 87.66%로 1위를 차지했다. 빈부 갈등이 80%, 노사 갈등이 75.8%,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이 73.4%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이 매긴 지난해 사회통합도(10점 만점) 역시 평균 4.2점으로 전년(4.31점)보다 하락했다.

곽윤경 보사연 부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사회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다양하게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공론장이 결국 의사 결정 왜곡을 최소화하고 갈등의 실마리를 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공론장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결국 선별적인 정보만 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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