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대비 달러 확보”…원화표시 외평채 21년만에 부활

최대 8조 규모 연내 발행
원화값 변동성 대비 목적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표시된 코스피와 원화값. [이승환 기자]

정부가 올해 4분기에 최대 8조원 규모로 1년 만기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 발행을 추진한다. 원화 외평채는 지난 2003년 외평채를 국고채와 통합해 발행하는 체제로 바뀐 후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다. 21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후 24시간 개장 체제를 추진 중인데, 외국인 시장참여가 늘면서 달러당 원화값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의 조기금리 인하를 비롯한 정책급변에 따른 달러값 급락과 원화값 급등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연내에 원화 외평채를 발행해 달러 매수 개입을 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원화값 변동성을 줄여 안정을 노리겠다는 취지다.

4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0월께 7조~8조원 어치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 10~12월에 1년 만기로 매달 2조5000억~2조6000억원의 외평채를 찍는 방식이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 발의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할 실무 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외평채는 정부가 원화값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통상 외환당국은 달러당 원화값 약세 국면(환율 상승)에는 외환보유액을 써서 달러를 매도해 원화 약세를 방어한다.

반대로 원화값 강세 국면(환율 하락)에선 주로 한국은행이 원화를 찍어 달러를 매수해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건다. 정부의 달러 매수 개입 대응수단도 있다.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 자금으로 달러를 매수해 원화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다만 원화표시 외평채와 달리 외화표시 외평채는 만기가 길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발행도 까다로워 재원 조달 효과가 떨어진다. 원화표시 외평채가 등장하면 정부가 국내에서 단기 발행하는 수단을 확보해 보다 낮은 금리에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선제적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원화값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