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조직위도 "3관왕 임시현을 경배하라"
작년 아시안게임 이은 쾌거
성격까지 외향으로 바꾸고
매일 500발 지독하게 연습
◆ 2024 파리올림픽 ◆
"누군가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했는데, 올림픽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것 같냐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어렵다는 바늘구멍을 이렇게 통과했네요."
지난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부 개인전이 끝난 뒤, 금메달을 목에 건 임시현(한국체대)은 시상대에서 한 세리머니 의미를 "바늘구멍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왼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눈에 갖다대며 미소를 보인 그는 바늘구멍을 두 번이나 통과한 자부심을 세리머니에서 표현했다.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 남수현을 세트 점수 7대3으로 누른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마저 휩쓸면서 파리올림픽 3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곧장 10개월 뒤 열린 파리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오른 그는 새로운 '양궁여제'로 등극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임시현의 3관왕 성과를 기념해 경기가 열렸던 레쟁발리드를 배경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임시현의 모습을 동상으로 형상화한 그래픽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3관왕을 모두 이룬 건 임시현이 최초다. 174㎝의 큰 키에 팔다리가 길어 양궁 선수로서 좋은 신체 조건을 지닌 임시현은 힘도 좋다. 그가 사용하는 활의 장력은 42파운드. 보통 여자 선수들이 쓰는 것(38~40파운드)보다 강한 활을 사용한다.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노력으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은 임시현은 중학교 3학년까지 이렇다 할 전국 대회 성적이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던 양궁을 쉽게 포기하기 싫어 내향적이었던 성격을 외향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꿨다.
임시현은 "'한 번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파고드니까 성적이 곧바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양창훈 여자 양궁대표팀 감독은 임시현의 장점으로 성격을 꼽으면서 "임시현은 예민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낙천적인 성격이면서 덤벙대지도 않는다. 지도자의 피드백도 잘 수용해 스펀지처럼 흡수한다"고 밝혔다.
혹독한 훈련량도 잘 소화해냈다. 여자 양궁대표팀은 주 6일, 하루 평균 400~500발씩 활을 쐈다. 야간 훈련까지 더하면 최대 600발을 쏜 적도 있었다. 선발전을 준비하면서도 지난해 연말 틈틈이 개인 훈련을 하는 등 지독한 연습 벌레인 임시현은 묵묵히 활을 쏘고 또 쐈다. 워낙 활을 많이 쏴 임시현의 입술 아래에는 활시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대회 전까지 얼굴에 선명하게 남아 있던 활시위 자국은 파리올림픽 기간에는 반창고로 가렸다.
임시현은 "계속 활시위가 얼굴에 닿으니까 대회에 들어오면서 미세하게 상처가 나더라. 착색도 되고, 최근 들어 정말 아파서 반창고를 붙였다"면서 "그래도 내겐 영광의 상처처럼 남았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이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 작년 아시안게임 3관왕 타이틀이 준 '여자 양궁 에이스'라는 무게감도 견뎌야 했다. 임시현은 "큰 대회를 앞뒀을 때는 잠도 푹 자지 못하고 걱정도 많았다"며 올림픽이 다 끝나고서야 자신이 느꼈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5차례 치른 대표 최종 선발전과 3개월여 올림픽 준비 기간을 견디고 이겨내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임시현은 체증이 확 내려갔다. 그는 "이제 다 끝나 후련하다. 두 발 뻗고 자고 싶다"며 비로소 활짝 웃었다.
4년 뒤 LA올림픽을 바라보는 임시현은 목표를 위해 꾸준히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되고 싶어 했다.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김우진처럼 긴 기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임시현은 "우진 오빠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앞으로도 계속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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