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치솟을라" 정부, 달러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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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년 만에 최대 8조원 규모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선 것은 향후 원화값 변동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처럼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환율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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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변동성 커진데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늘자
외평채로 시장 안정 노려
정부가 21년 만에 최대 8조원 규모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선 것은 향후 원화값 변동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처럼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환율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이 필요하지 않다. 통상 정부는 원화값이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해 달러 매수 개입이 필요한 경우 외평채를 찍기 때문이다.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달러를 사들여 달러 가치를 올리고, 원화 가치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조절에 나서는 것이다.
반대로 올해처럼 원화값이 급하게 내려가는 경우에는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꺼내 매도해 달러값을 떨어뜨리고, 원화값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지금까지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원화값은 엔화 가치 낙폭이 커지며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평균 1323.6원이었던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달 1383.4원으로 4.5% 내렸다. 원화값 방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이 늘며 올해 이후 외환보유액은 35억달러 넘게 줄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달부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고, 원화값 상승폭은 확대됐다. 1~2일 원화값(1373원)은 지난달에 비해 10.4원 급등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원화값 상승에 대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해진 시점이 됐다.
정부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원화 거래 시간이 확대됐다는 점도 변수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외환시장 운영 시간을 오후 3시 30분 마감에서 오전 2시로 늘렸는데, 앞으로 24시간 개장 체제로 더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늘면 원화값 진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외평채가 발행되기 시작하면 환시 연장으로 인한 원화값 상승 변동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 한은 이외에 정부도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카드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된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환시 개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로 만기가 짧은 채권을 찍어내면 정부의 금리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직접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지 않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외화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빌려 왔다"며 "공자기금이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한 자금인 만큼 만기가 짧은 외평채를 직접 발행하면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근거를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3년 이전에는 없었던 채권 전자발행 근거를 외평채로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다. 관가에서는 여야 정쟁이 심해졌지만, 외국환법은 비쟁점 법안인 만큼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선행된다면 연내 최대 8조원 규모로 발행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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