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 당심, 이재명에게 지지와 경고 모두 보냈다

손우성·신주영 기자 2024. 8. 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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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 순회경선 결과
이재명 누적 득표율 90.41%→86.97%
대표 경선 투표율 20%대 초중반 그쳐
현장서 만난 호남 당원들 “다양성 품어야”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호남 지역 당 대표 순회경선에서 낙승을 거두며 대세론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인 핵심 지지지역이자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포진한 호남에서 누적 득표율 90%선이 무너지는 등 호남 민심이 이 후보에게 경고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후 광주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이 후보가 2만1767표를 얻어 득표율 83.6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두관 후보는 3791표(14.56%)를 받았다. 이어 전남 나주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전남 지역 순회경선에서 이 후보는 2만9784표(82.48%), 김 후보는 5654표(15.66%)를 각각 얻었다. 전날 전북 지역 순회경선에선 이 후보가 2만5999표(84.79%), 김 후보가 4084표(13.32%)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도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표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다만 민주당의 ‘당심 풍향계’로 불리며 굵직한 선거마다 영향력을 발휘한 호남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점은 과제로 남았다.

전남에서 기록한 82.48% 득표율은 현재 순회경선이 진행된 13개 지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광주(83.61%)와 전북(84.79%) 득표율도 제주(82.50%)에 이어 하위권이다. 그 결과 앞선 10개 지역에서 90.41%였던 누적 득표율은 호남 3개 지역 경선을 거치며 86.97%로 내려앉았다. 반면 호남 순회경선 전 누적 득표율 8.36%에 그쳤던 김 후보는 호남 세 지역에서 모두 1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누적 득표율을 11.49%로 끌어 올렸다.

당대표 경선 투표율도 저조했다. 전북(20.28%)·전남(23.17%)·광주(25.29%) 지역 투표율 모두 20% 초중반에 그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은 매 선거마다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던 곳”이라며 “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불안감을 동시에 내비친 결과”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순회경선 연설에서 “광주는 언제나 민주당을 일깨우는 죽비”라고 말했다.

호남 순회경선 현장에서 만난 일부 당원들은 ‘일극 체제’를 우려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53)는 “이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당원이었다는 한 남성은 “이 후보가 90%대 지지율을 계속 얻는 모습은 마치 황제와 같다”며 “당의 다양성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이 후보 외 인사들이 20%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에서 만난 당원 임모씨(55)도 “이 후보는 선당후사보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이 더 강한 것 같다”며 “욕심을 조금 내려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최고위원 경선에선 광주를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 민형배 후보가 광주(27.77%)와 전남(21.68%)에서 선전하며 누적 득표율 12.31%로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등수인 5위로 상승했다. 이 후보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는 김민석 후보가 누적 득표율 17.58%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정봉주 후보(15.61%), 한준호 후보(13.81%), 전현희 후보(12.59%)가 뒤를 이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광주 출신인 민 후보는 열외로 하고, 이 후보가 지지하는 김 후보가 호남에서 많은 득표를 얻은 건 이 후보의 영향력이 그만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광주·나주 |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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