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영세사업장 주52시간 제외 유지해야"

이광식/곽용희 2024. 8. 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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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되 부당해고 금지와 주 52시간제 등은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부당해고 금지 및 구제 수단 △연장근로시간(주 52시간) △연장·야간·휴일 근무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규정 등 일부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을 제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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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비공개보고서 입수
獨·佛·日 등 주요국가 법제 검토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안 제시
"부당해고 규정 적용도 예외 필요
연차 유급휴가는 점진적 도입을"
정부가 편의점 등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 서울역 대기실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소비자가 고른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되 부당해고 금지와 주 52시간제 등은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소상공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기보단 부분·단계 적용하는 방안이다.

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한국노동법학회에 의뢰해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 현대화 방안에 관한 연구자료’ 보고서를 작년 7월 받았다. 경사노위는 경영계 및 노동계 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이 보고서를 비공개로 처리해 뒀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이 보고서를 입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부당해고 금지 및 구제 수단 △연장근로시간(주 52시간) △연장·야간·휴일 근무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규정 등 일부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을 제외해 주고 있다.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엔 적용 예외 대상이 상시 근로자 16인 미만 사업장이었다가 1987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됐다.

노동계는 그간 5인 미만 사업장을 ‘노동법 사각지대’로 규정하고 꾸준히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요구해 왔다. 이에 여야는 2022년 대선 당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도 지난해부터 노동약자 보호,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경사노위가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이다.

노동법학자와 노동경제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경제적·법적 부담 없는 조항을 선별해 적용 △부작용 최소화 대책 마련 △확대 적용해도 실효성 확보가 어려운 조항은 적용 유예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사례를 분석해 부당해고 금지 규정, 근로시간 제한 및 이에 기반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은 적용 제외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연차 및 휴일 유급 휴가 규정 등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할 만하다고 권고했다.

연구진은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75%는 연장근로수당을 안 받고 50%는 연차 유급 휴가가 없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2022년 기준 239만2305명으로 추산됐다. 연장근로수당이나 연차 유급 휴가 제도를 확대 적용하면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최소 수백만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확대 방식을 두고 정치권과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영세·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단계적 적용을 주장해 왔다. 야당은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되 ‘형사처벌’만 유예하자고 했다. 경영계는 5인 미만 영세·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타협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면서 작년 7월 연구가 진행된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논의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사노위 타협안을 토대로 정책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 이견이 워낙 커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이광식/곽용희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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