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안세영, 한번만 이기면 金 대관식

28년만에 女단식 결승 진출
무릎부상 불구 印尼 툰중 제압
5일 결승서 허빙자오와 격돌
배드민턴 그랜드슬램 도전

◆ 2024 파리올림픽 ◆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안세영이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파리 이충우 기자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후보 1순위다운 모습이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승에 안착했다.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8위)을 2대1(10대21 21대13 21대16)로 제압했다. 이날을 포함해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한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단 1승만을 남겨 놓게 됐다.

전날 8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야마구치 아카네(5위·일본)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던 안세영은 4강전에서도 1게임을 내줬다. 안세영은 한 박자 빠르게 공격하는 툰중에게 고전했다. 강한 스매싱 공격에 연이어 점수를 내준 안세영은 몇 차례 백핸드 실수까지 범하며 1게임을 10대21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2게임에서는 달랐다. 1게임이 끝난 뒤 김학균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에게 '상대의 중심을 흔들어 놓는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안세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1게임과 다르게 한 발 먼저 움직이며 툰중을 괴롭힌 안세영은 초반부터 리드를 가져갔다. 계속해서 경기장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격을 펼친 안세영의 전략은 적중했다. 차분하게 21점을 완성한 그는 13점에 그친 툰중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1대1 상황에서 3게임에 들어선 안세영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1게임과 2게임에서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킨 안세영은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3게임 분위기를 가져왔다. 몸을 날리는 수비까지 선보인 그는 계속해서 점수를 쌓아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압도적인 체력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한 안세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손을 불끈 쥐며 "해냈다"고 외친 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멀리하고 지옥훈련을 자처했던 안세영은 이제 1승만 더 하면 목표로 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5일 오후 4시 45분에 진행되는 결승에서 안세영이 승리를 차지하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안세영의 결승 진출이 대단한 이유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을 당했던 안세영은 무릎과 발목에 테이프를 감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안세영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대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안세영은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포핸드 슬라이딩을 하는 등 몸을 던졌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일 상대는 허빙자오(중국·9위)로 결정됐다. 또 다른 4강전에서 허빙자오는 카롤리나 마린(스페인·4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허빙자오와의 상대 전적에서 8승5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