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좌절 딛고 우뚝 선 韓양궁 맏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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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치러진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면서 수월한 금메달 획득을 앞두고 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중국팀에 3세트에 이어 4세트까지 연달아 내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이 같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중요한 순간마다 10점을 쏘면서 분위기를 끌어왔던 전훈영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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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올림픽 무대 첫 참가
숙소 양보하고 후배 다독여
단체전 첫 사수 흔쾌히 맡아
고비마다 10점, 금메달 위업
개인전 메달은 아쉽게 불발
정의선 회장 특별히 찾아 격려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치러진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면서 수월한 금메달 획득을 앞두고 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중국팀에 3세트에 이어 4세트까지 연달아 내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를 바로잡은 건 대한민국 대표팀 맏언니 전훈영(30)이었다.
슛오프 첫 사수로 나선 전훈영은 곧바로 10점을 쏘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의 약진에 남수현과 임시현이 9점, 10점을 쏘면서 호응했고 8점, 10점, 9점을 쏴 총점 27점을 기록한 중국팀에 2점을 앞서면서 한국 여자 양궁팀은 올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이 같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중요한 순간마다 10점을 쏘면서 분위기를 끌어왔던 전훈영의 역할이 컸다.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빛난 전훈영이지만,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훈영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가까이 갔던 것은 2021년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 때였다. 2020년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전훈영은 양궁 대표팀에 선발됐다. 준수한 성적으로 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2021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선발전을 치렀고 전훈영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3년간의 공백을 거쳐 다시 선발된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대표팀에서 전훈영은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과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맏언니 역할을 맡게 됐다. 전훈영도 동생들과 같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이었지만,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전훈영은 본인이 가질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도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선수단 숙소 선정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 했다. 같은 나라, 같은 종목의 선수와 방을 쓰면 긴장감도 줄이고 전략에 대한 구상도 할 수 있었지만 전훈영은 후배들에게 방을 양보했다고 한다.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이 전훈영에게 "태릉 시절도 아니고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있는 게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전훈영은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도 올림픽 무대가 처음이지만 동생인 남수현, 임시현의 멘탈 케어도 책임졌다. 코칭스태프는 "전훈영은 성격이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며 "단체전 때는 동생들에게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긴장을 풀어줬다"고 했다.
단체전에서 가장 중요한 1번 사수의 역할도 거리낌 없이 맡았다. 양궁 단체전은 세트별로 팀에 주어지는 제한 시간이 있는데, 1번 사수가 얼마만큼 빨리 쏴주느냐가 2·3번 사수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전훈영은 이 같은 시간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열린 결승전에서 5차례나 10점을 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훈영에게 특별한 격려를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정 회장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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