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김영삼, 이명박·박근혜...대통령 vs 與대표 현재·미래권력 신경전 어떻게 전개됐나 [대통령의 연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합니다.
전당대회 전후로 ‘윤한 갈등’이 고조되던 가운데 한 대표가 사실상 윤 대통령과 독대한 것을 놓고 우선은 갈등이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다만 대통령 가족문제, 여당 정책위의장 인선문제 등 갈등의 원인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처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이 많은 이목을 끄는 이유는 그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 때문인데요.
한국 정치사에서 여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경우가 흔하고, 실제로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는 일도 무수히 많았죠. 자연히 현재권력인 대통령과는 복잡미묘한 관계일 수밖에 없고, 서로를 향한 발언에도 이런 상황이 반영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권주자인 여당 대표를 언급한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들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나는 야당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조언받아”
덕분에 오랜기간 정적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여당 대표로 맞이하게 됐는데요. 대통령과 여당 대표사이가 된 뒤로 주례회동을 갖는 등 나름 교류를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1992년 ‘6·29선언(宣言) 5주년 청와대(靑瓦臺)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는 한 기자가 주례회동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질문도 던졌는데요.
노 전 대통령은 “김 대표는 야당의 경험은 누구보다도 많지만 여당 책임자로서의 경험이 짧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이 여당 지도자로서 알고 챙기고 갖추어야 할 일, 국가 경영자로서 준비해야 할 일을 내가 이야기 합니다”고 답했습니다.
평생 여당에서만 정치생활을 했던 노 전 대통령은 반대로 조언을 듣기도 한다 덧붙였습니다. 그는 “김 대표는 야당을 안해 본 나에게 야당의 생리와 야당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줍니다. 피차에 공부도 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1991년 한미 정상회담 때는 김 전 대통령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소개해줘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오기도 했는데요.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여당 대표와 동행했는데 누구라도 소개시켜 주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라 했습니다.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은 여당 대표인 김 전 대통령을 연설문에서 수시로 언급하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관계는 역대 모든 대통령과 여당대표 가운데 최악으로 평할 수 있죠. 아마도 서로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던 탓에 유독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을 신경썼던 결과로 짐작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말 마침내 여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극히 꺼렸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정국은 미래권력으로 꼽히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그를 언급한 것은 총선이 끝난 뒤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을 전면 쇄신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자 여러분께 큰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한마디 한 게 전부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님은 당대표 자격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같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특별히 감사드립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뒤 여당 대표를 거쳐 2021년에는 이듬해 대선을 위한 경선에 뛰어들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까지 워낙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던 탓에 차기 주자들은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죠. 이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고, 덕분에 역대 대권주자급 여당 대표와 달리 끝까지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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