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경험해 보겠네”…15년 만에 드디어 구글이 상용화한다는 ‘이것’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8.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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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가 중국 지커와 개발 중인 전기차 로보택시. 현재는 재규어 차량을 개량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웨이모
‘로보택시(Robotaxi)’로도 불리는 자율주행 택시가 미국에서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내 몇몇 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긴 했지만, 그 외 국가에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2009년에 처음으로 자율주행 테스트에 성공했던 구글이 15년 만에 이뤄낸 성과예요.
대중화 돌입한 자율주행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수년간의 테스트 주행을 거쳐 지난달(6월) 말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어요. 일반 택시나 우버처럼 누구나 앱으로 호출해서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웨이모는 일주일에 5만 건 이상의 유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요. 또한 로스앤젤레스‧오스틴 등 다른 미국 대도시로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래요.

로보택시 서비스의 확산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에요. 이달 23일 구글이 “수년간 웨이모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거든요. 이미 연구‧개발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했고 아직 수익이 나지 않아 대규모의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단계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셈이에요.

웨이모의 이용 요금은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우버’와 비슷해요. 운전기사가 없다는 특징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버 대신 웨이모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물론 아직은 재미 삼아 타보는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죠.

로보택시, 서비스 완성도는?
웨이모가 미국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 재규어 차량에 수십 개의 카메라, 라이더(Lidar), 레이더(Radar), 센서 등을 장착해 자율주행 차량으로 개량했다. <사진=임형준 기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된 시점, 실제 구글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할 일이 있어 직접 체험해 본 결과, 서비스는 완성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 이용 방법은 어렵지 않았어요. 웨이모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카카오택시나 우버처럼 가장 가까운 택시가 탑승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과 목적지 도착 예상 시간, 요금이 표시됐어요. 택시가 픽업 장소에 도착했을 땐 스마트폰 앱에 문 열기 버튼이 떴고, 이걸 누르면 문이 열렸어요.

탑승 후에는 환영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어요. 안전띠를 착용한 다음 운전석 옆 화면에 있는 ‘운행 시작(Start ride)’ 버튼을 터치하면 운전이 시작됐고요. 직접 문 열기 버튼이나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택시와 별로 다를 게 없었어요.

웨이모 로보택시에 탑승해 안전띠를 착용한 뒤 화면에 표시된 ‘운행 시작(Start ride)’ 버튼을 누르면 택시가 출발한다. <사진=임형준 기자>
몇 차례 탑승해 본 웨이모의 주행 실력은 안정적이었어요. 급하게 끼어드는 차량이 있어도 바로 반응해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했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잠시 정지했다가 출발했어요. 정지 상태에서 신호가 파란불로 바뀔 때도 웬만하면 나란히 대기했던 차보다 빨리 출발할 정도로 반응 속도도 빨랐어요.
원가 절감에서 앞서는 중국
자율주행 택시 업계의 선두 주자는 웨이모를 보유한 구글이지만, 사실 숫자만 따지면 더 많은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는 곳은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예요. 바이두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뤄보콰이파오(영문명 : 아폴로 고)’를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 11곳의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에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여러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특히 인구가 1100만명에 달하는 우한이 거점 지역이에요. 이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꽤 성공적이어서 바이두가 올해 5월에 “2025년부터 우한에서는 흑자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아직 구글조차 큰돈을 쏟아부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키워가는 시기인데, 바이두는 벌써부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 거예요. 바이두의 경우 구글에 비해 자율주행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했기 때문에 빠르게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우한에선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저렴해요. 위기감을 느끼던 현지 택시 기사들은 이달 들어선 지방 정부에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대요.

쉽지 않았던 로보택시의 꿈
아마존 로보택시 ‘죽스’ /사진=죽스
이렇게 미국과 중국에서 성공적인 모델이 등장하기까지 사실 자율주행 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생각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렸고, 비용은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자율주행 자체가 오랫동안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로 여겨졌죠. 지금도 여전히 위기인 기업이 많고요.

쟁쟁한 기업들조차 줄줄이 사업을 포기했을 정도예요. 올해 2월 애플은 약 10년간 연구해 왔던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과 포드가 공동으로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2022년에 폐업했어요. 미국의 우버나 중국 알리바바도 별 성과가 나지 않자 자율주행 관련 부서를 매각하거나 해체했어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주요 경쟁자는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Cruise)’, 아마존의 ‘죽스(Zoox)’, 테슬라 등이에요. 아무래도 당분간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거대기업들이죠.

GM의 로보택시 ‘크루즈’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구글에 비해선 조금 뒤처진 모양새예요. 아마존의 죽스는 아직 시범운행 단계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와 함께 정식 서비스 직전까지 갔던 GM의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인명 사고를 내면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상태예요. 지난 23일엔 GM이 개발 중이던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 작업도 무기한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언론과 자율주행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테슬라예요. 올해 8월에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었거든요. 지난주에 이 발표 시기를 10월로 연기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자율주행 기술에서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테슬라여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돼 있어요.

애플마저 자율주행 사업을 포기하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자율주행. 구글 웨이모의 정식 서비스 출범과 테슬라의 로보택시 발표 예고로 관심도가 확 높아졌는데요. 웨이모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수 있을지, 테슬라는 과연 어떤 기술을 들고나올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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