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 돕겠다는데 "변함없는 적" 외친 김정은, 오기부릴 땐가 [사설]

2024. 8.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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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를 겪은 북한에 구호물자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가시 돋힌 답변을 들었다.

남측이 수해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면서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함구하고 있지만 국제기구들도 지원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사태가 위중해 보인다.

북한이 외부 지원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그들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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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를 겪은 북한에 구호물자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가시 돋힌 답변을 들었다. 남측이 수해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면서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 제의에 사의 표명과 함께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며 예의를 갖춘 것과는 딴판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을 운운한 만큼 우리 제안을 쉽게 반길 것으로 예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적대적 표현까지 써가며 선의를 무시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지난달 말 신의주시와 의주군 등에 홍수 피해가 커지자 김 위원장은 현장을 찾아가 복구 작업을 지휘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함구하고 있지만 국제기구들도 지원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사태가 위중해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력 해결을 한답시고 수해 복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복구 작업에 성과를 낸 부대장들에게 훈장과 표창장을 주며 '재난 리더십'을 강조한 게 그 예다.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은 2005~2007년, 2010년 등 네 차례 있었다. 2011년에는 전년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북한이 우리 제의에 응하지 않았고, 2012년에는 제공 품목을 놓고 이견이 커 없던 일이 됐다. 우리는 음식물과 의약품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시멘트, 트럭 같은 자재·장비를 요구했다. 12년 만에 이뤄진 이번 제의도 북한 측 어깃장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엔 손 벌리지 않겠다는 오기로 비친다.

북한이 외부 지원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그들 자유다. 김 위원장의 망상적 대결 신념 때문에 주민들 삶이 망가지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평소 심각한 북한 식량난을 감안하면 이번 수해로 주민들 고초는 가중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라도 오기를 접길 바란다. 수해 복구에 조금의 보탬이 된다면 우리의 선의를 왜곡해 무작정 거부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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