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징후에 ‘촉각’…증시 변동성 커진다
연준 7월 금리 동결 두고는 ‘피벗 실기론’ 제기
미국이 경기침체 문턱에 섰다는 공포가 미국과 아시아 증시를 넘어 글로벌 회사채 시장까지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국내외 증시도 상당 기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각) 미 블룸버그통신은 북미 회사채(크레딧) 시장에서 우량 회사채의 부도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와프지수(CDX.NA.IG)가 지난 1일 하루에만 약 255억달러(약 30조6338억원) 거래되며 최근 5개월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북미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우량’ 회사채 투자자조차 부도 위험 대비에 나설 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31일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논의’ 공식화에 환호했던 시장이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얼어붙은 모습이다. 시장 변동성에 대한 참여자 눈높이를 나타내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변동성지수도 이런 불안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향후 30일 간 북미 우량채 신용부도스와프지수 등락폭에 대한 투자자 전망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IG)는 2일 40.99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11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이일드 채권의 변동성 지수(VIXHY)도 192.53bp로 지난 4월17일 이후 최고치다.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제조업·고용 지표가 도화선이 됐다. 7월 실업률(4.3%)은 전문가들 예상치(4.1%)를 웃돌며, 2021년 10월(4.5%)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에 비농업 일자리 증가는 전월 대비 11만4천명이 늘었지만, 이는 지난 12개월간 평균 증가 폭(21만5천명)의 절반 수준이다. 예상보다 높은 실업률에 ‘올 게 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 인하 적기를 놓쳤다는 ‘피벗 실기론’이 힘을 얻고 있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미 연준이) 실수를 저질렀다. 이미 몇 달 전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며 “9월에 0.25%포인트를 인하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금리 인하 시기가 아니라 폭으로 바뀌었다. 시장에서 경제분석가들은 연준이 올해 3차례 정책금리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를 9월부터 두 차례 연속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외 크레딧 시장에서는 크레딧 스프레드(고위험인 정크본드와 안전자산인 국고채 수익률 차이)가 확대되는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부도 가능성이 높은 정크본드 채권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경기 침체기에는 급감하는 터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경기침체 신호로 여겨진다. 김은기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한국 모두 저신용 기업 부실 우려가 큼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투자 수요가 지속되며 과거 대비 높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나란히 유지되고 있어 8월까지는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봤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 증시의 대표적 변동성 지수인 ‘빅스(VIX)’ 지수는 2일 장중 한 때 29.66까지 올랐다가, 전일 대비 25.82% 오른 23.39에 장을 마감했다. 빅스 지수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향후 30일 동안 얼마나 크게 오르내릴 거라 시장이 전망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30이 넘으면 시장 불안도가 높다고 본다. 올 들어 이 지수는 4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 20을 밑돌았다. 이재만 하나증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까지 금리와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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