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외수정 경험 여성 5명 중 1명 “과배란 유도 부작용 겪어”

오세진 기자 2024. 8.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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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채취 3회 이상 여성 23.8% 합병증 등 겪어
시술 늘고 있으나 건강영향 평가 체계는 없어
영국·프랑스, 국가가 부작용 정보 수집·관리
서울의 한 난임센터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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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 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난임 여성 5명 가운데 1명은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난자를 여러 개 얻는 과정에서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체내·외 수정 등 임신을 돕기 위한 난임 시술(보조생식술) 시행도 늘고 있으나, 이런 치료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추적하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임이란 1년 이상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4일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보고서 ‘난임시술 건강영향평가 및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행)를 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말 사이 난자 채취를 세 차례 이상 진행한 체외수정 시술 여성 126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301명(23.8%)이 과배란 유도 및 난자 채취 과정에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너무 많은 난포가 자라서 생기는 합병증)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답했다. 난자 채취를 하면서 복강 내 출혈(복강 속에 있는 장기나 혈관이 터져서 피가 고이는 질환)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7.3%였다. 설문 응답자들이 난임 시술을 시작한 나이는 평균 35.4살, 치료 기간은 약 30개월이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최승아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환자들이 경험한 부작용에 대해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나 복강 내 출혈 등은 단기적 문제라 회복한 이후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질환”이라며 “다만 골반 내 염증성 질환은 심하게 앓으면 골반 내 장기 유착이 생겨 추후에 자연 임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임 시술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술 전 우울하거나 불안했다는 응답자는 32.5%였으나 시술 이후 우울·불안함을 경험한 이들은 62.7%에 달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연구를 종합할 때 난임 시술은 임신이 될 때까지 수차례 되풀이하는 특성이 있으며, 시술을 받는 여성들의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반복 시술에 따른 건강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난임 시술에 대한 안전 관리와 부작용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난임 치료를 8년 넘게 받은 40대 여성은 심층 면접조사에서 “(시술로 인해) 노화가 좀 더 빨리 오는 것 같고, 다른 질병이 올까봐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난임 시술을 한 여성은 2019년 6만6547명, 2021년 7만8099명, 2023년 7만5075명으로 증가 추세다.

현재 정부는 난임 시술에 따른 부작용이나 위험 정보를 수집·관리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거 법률이 없어 (난임 시술 부작용 등) 데이터 수집·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데이터를 수집·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난임 시술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긴 하나 지금은 의사가 시술을 할 때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여부만 평가 항목에 반영돼 있다.

영국은 자국 내 난임 시술 현황과 그 결과를 수집·관리하며 시술에 따른 건강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서비스(HNS)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술로 인한 건강영향 정보를 제공한다. 프랑스도 난임 시술 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유형화하고 이를 보고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난임 시술 뒤 영향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최승아 교수는 “난임 시술을 여러 번 받았을 때 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생식기계 암 이외에는 연구가 많지 않다”며 “난임 여성은 조기 폐경(완경)이나 다낭난소증후군(호르몬 이상으로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생식기계 암 발생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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